파트타임 여행자
책이 안읽히는 시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지만 의미있게 풀어가는 책들이 더 많이 씌어졌으면 좋겠다. 그에 걸맞는 책, 반수연작가의 소설집 '파트타임 여행자'를 읽었다. 통영출신으로 캐나다에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작가는 전작 소설집 '통영'과 에세이집 '나는 바다를 닮아서'를 통해 고향에 얽힌 찐득한 개인사와 남해 푸른 바다에 대한 사랑과 추억들을 곡진하게 펼친 바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외국에서 살아가고 있거나, 외국을 여행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곱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다. 묵묵히 진지하게 글을 써오는 교민작가들도 있겠지만 21세기 한국인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한 작가가 또 있었을까? 각각의 주인공들은 그럴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절실한 이유로 외국에서의 삶을 지속해 나가는데, 작가가 작품 여기저기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아름답고 강한 혼자', '고유한 단독적인 개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주인공들은 대개 장년층이나 노년층의 인물들인데 책의 해설에서는 이를 '이 시기가 상실과 고독이라는 실존적 조건을 가장 지배적으로 경험하는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었고, 공감이 가는 해석이었다. 어느 세대이건,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살건 우리모두가 이 지구별의 '파트타임 여행자'들이라는 점에서 책의 제목은 책을 덮은 후에도 긴 울림을 남긴다.
뜻대로 되지않고, 갈수록 암울해져만 가는 듯한 세상에서 책의 이런 귀절은 읽는데 위로가 되는 대목이었다.
"어떤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생겨나고 어떤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다는 사실이 되레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잃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것들을 잃고도 살아진다는 건 생의 비정이 아니라 생의 비밀인지도 몰라."
'프레살레'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