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발칸반도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이성아 작가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어서 제목으로만 알고 있던 작가의 책 ‘밤이여 오라’를 읽었다. 이 책은 한 여성 독일어 번역가의 관점으로 발칸반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유고연방이 해체되면서 그 지역에서 벌어진 격렬했던 내전의 상흔을 독일유학 중인 조한나라는 한국여성이 간접 체험하는데, 그녀는 제주 4.3사건의 유가족이자, 현재는 독일 유학생 간첩단 사건 조작의 피해 당사자이다. 따라서 그녀는 한반도와 발칸반도를 오가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역사에 접근하는 데 적절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인종, 민족, 정지적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고 사람들에게 가해진 증오와 폭력의 역사... 그리고 멀리 배경에는 카프카가 어른거린다. 흔히 지난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근거로 한민족을 '고난의 민족', '한의 민족'이라 일컫는데, 이런 역사가 20세기의 한반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역사의 비극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3개월 동안 여행하신 다양한 사진들을 화면으로 소개하셨는데, 어릴 때 노벨문학상 전집에서 이국적인 어감으로 눈에 띄었던 ‘드리나강의 다리’의 드리나 강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그 다리에서도 수백년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