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
불편한 연극이다. 연극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 사회가 머지 않아 당면하게 될 상황을 독일 극작가의 힘을 빌어 무대로 불러들인다. 우리는 몇 살까지 살아야 잘 살았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건축가로 평생을 살고 아내를 앞서 보낸 76세의 건강한(!) 리하르트가 더이상 의미없는 세상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늘 마주하는 주치의의 도움으로 죽을 권리인 '사망조력'을 주장하며 연극은 시작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열린 청문회에서 법학계, 의료계, 종교계, 변호사들의 팽팽한 주장을 무대는 2시간 동안 너무나도 리얼하게 생중계한다. 타인의 생명에 대해 섣불리 결론내릴 수 없는 만큼, 문제는 관객들의 투표에 맡겨졌는데 내가 본 회차에서는 '사망조력'에 찬성하는 사람이 열명 쯤 많았다. 2시간 내내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했지만, 구순을 바라보는 노모가 있는 내게도 연극이 제기한 문제는 남 얘기같지 않게 묵직하게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