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이제는 톨스토이를 읽을 만큼 나이가 든 것일까? 독서모임에서 두 달에 걸쳐 '안나 카레니나'를 완독했다. 줄거리는 영화로도 익숙하고 예전에 한 번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벽돌책 세 권! 수시로 바뀌는 러시아식 이름을 비롯해서 처음부터 질리기 딱 좋은 분량이었는데도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백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톨스토이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유명한 소설의 첫문장에서도 보여지듯이 우선 그는 이 소설에서 이상적인 결혼생활(남녀관계)을 탐색한다. 이는 제정 러시아의 고위관료 사모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안나와 그녀의 남편카레닌, 불륜의 상대 브론스키의 삼각관계와 더불어 레빈과 키티의 모습에서 주로 그려진다. 결혼을 앞둔 남녀나 지금 결혼 상태에 있는 독자들이라면 그의 내밀한 언어 어느 대목에서 깊이 공감하거나 미소지을 수 있다. 파티 장면을 비롯한 당대 러시아 귀족들의 사교계 풍경도 또다른 읽는 재미를 제공해 준다. 실제로 농사와 농장생활을 깊이 경험한 것으로 알려진 톨스토이의 풀베기 장면 묘사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치 19세기 러시아의 농경에 대한 꼼꼼한 인류학적 보고서 처럼 읽혔다. 반면 소설의 많은 부분이 안나와 레빈의 내면 묘사에 할애되어 있는데 비극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브론스키에 대한 묘사는 상대적으로 많이 생략되어 있어서 다소 의아했다. 독서 토론에서는 비극을 초래한 궁극적인 원인으로 당대에 법률적인 자율성이 없는 여성의 지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어쨌든... 이제 고전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