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태풍'(The Tempest)을 보고 왔다. 정치적 갈등의 밑그림을 설정해 놓고 이를 사무친 원한과 처절한 복수보다는 용서와 화해로 풀어나가는 능란한 극작이 정교하게 펼쳐지는데, 아무래도 그의 비극작품들에 비해 드라마틱한 요소나 극적인 재미는 떨어지는 듯 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여성으로 바꾸어 설정한 것은 전체적인 용서와 화해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화해를 총지휘한 프로스페라의 마지막 대사에서는 평생 연극을 통해 객석과 세상에 마법을 걸다 이제 물러나는 셰익스피어의 말년의 감정이 묻어나는데, 한 번 듣고 흘려버리기엔 아까워서 책을 찾아보았다.
제 마술은 이제 다 사라졌고
남은 건 제 힘인데 그건 참
미약하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여기에 절 가두거나 나폴리로
보내야 맞겠죠. 제 공국을 찾았고
사기꾼도 용서해 주었으니
여러분의 마법으로 여기 이곳
텅 빈 섬에 살진 않게 해 주세요.
여러분이 박수로 저를 도와
속박에서 절 풀어 주십시오.
친절한 말씀으로 제 돛을
안 채워 주시면 기쁨을 주려던
제 계획은 실패해요. 강제할 정령도
매혹할 기술도 전 이제 없답니다.
자비심 자체를 꿰뚫고 공략하여
모든 잘못 용서받는 기도로
이 몸이 해방되지 못한다면
제 결말은 절망이겠지요.
여러분이 죄 사함을 받고 싶듯
호의를 베풀어 저를 놔주십시오.
(셰익스피어 전집7, 민음사, pp549~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