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몽양, 1919

by Kyuwan Kim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봄 제암리 사건을 소재로 연극을 공연한 경기도립극단이 이번에는 몽양 여운형선생을 그린 연극, '몽양, 1919'를 무대에 올렸다. 공연장소가 왜 하필 양평군민회관인가 했더니 양평이 여운형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이자, 김포와 더불어 3.1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진 곳이란다. 한국의 근대사를 거의 아우르는 긴 시간대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궁금했는데 연극은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과 여운형선생이 혜화동 로터리에서(!) 극우파 청년에게 저격당한 1947년을 중심으로 한 시간대에 집중한다. 3.1운동을 전후해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벌어진 격렬한 논쟁으로 관객들을 긴장시키며 시작된 무대는, 3.1운동 이후 회유를 목적으로 한, 일본내각의 초대로 건너간 동경에서의 선생의 활약상, 해방 이후 분단을 막기위해 동분서주하며 좌우를 아울러 민족의 대단결을 호소하는 절절한 장면등을 설득력있게 그려 냈다. (자신의 두 딸을 북으로 보낸 건 분단을 막겠다는 그의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열악한 극장환경과 제한된 무대에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감동을 이끌어낸 건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특히 극의 후반부에 동포들에게 단결을 호소하는 이동준배우(여운형역)의 연설 장면은 최고의 몰입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단, 일본의 장관과 미군정 군사관들이 왜 전반부와 후반부의 나레이터로 등장하는지는 다소 의아했다. 아울러 복잡한 당대의 정치사회 현실과 시대배경을 정리한 글이 프로그램에 추가돼도 좋았을 것이다. 어쨌든 꾸준한 컨텐츠 개발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수준높은 공연을 관람하게 해준 경기도립극단의 땀과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공연 이후에 몽양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이부영선생님과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애주선생님이 깜짝 등장하여 작품과 관련한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경기도립극단 #몽양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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