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by Kyuwan Kim

영화와 연극을 통해 일본 속의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천착해 온 정의신감독의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을 이제서야 찾아보았다. 이미 '야키니쿠 드래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연극으로 소개된 이 작품은 작가 정의신이 누구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 좋은 작품이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후 고도성장기를 구가하던, 만국박람회를 앞둔 1969년 일본의 오사카 지역을 배경으로 부모가 서로 다른 세 딸과 막내아들로 이루어진 재일 한국인 용길씨네 가족의 이야기인데, 많은 부분, 작가 가족의 자전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을 용길씨의 삶은 그대로 한일 현대사의 상흔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흘러들어와 전후 귀국선을 놓친 용길씨는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을 모두 잃어 돌아갈 고향마저 상실하게 되었고, 그가 구입한 곱창집 땅은 국유지임이 밝혀져 퇴거를 재촉하는 공무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결국 그의 곱창집은 해체되어 세 딸들은 남편을 따라 각각 한국, 북한, 일본으로 흩어지게 되고, 사립학교에 다니던 막내아들은 민족차별을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 자살하고 만다. 전쟁이 끝난지 한참인데도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지는 민족적 디아스포라의 비극적 현실 앞에서 근면하고 꿋꿋하게 그 현실에 맞서는 인물들의 질긴 생명력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쟁쟁한(?) 일본 배우들 틈에서 김상호, 이정은, 한동규배우 등, 한국어, 일본어를 넘나들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우리배우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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