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시사 최고의 아방가르드시인'이라는 이상(본명 김해경)이 남긴 수수께끼같은 몇 편의 시와 글들을 모티브로 한 그의 말년의 하루가 무대에 올랐다. 폐병으로 27세의 나이에 요절한 그에게 허락된 공간은 권태를 이기려 몸부림치는 상상력 충만한 역할놀이의 공간이고, 분열된 자아를 대면하는 진실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관객들은 출구없는 식민지 조선의 궁핍함과 공포를 엿볼 수도 있고, 언뜻 의미 없고 부조리한 허무의 현실을 버텨나가는 현대의 한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크지않은 무대에서 단 두명의 배우로 발랄한 상상력을 능숙하게 펼친 작가의 역량이 놀랍고, 두 배우의 연기 또한 매력적으로 탄탄하다. 극단 골목길, 박근형 작연출, 11/22일까지 나온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