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by Kyuwan Kim

황정은 연작소설 '연년세세'를 읽었다. 기존에 발표한 두 편의 단편에 두 편의 이야기를 이어 쓴 이 소설은 '순자'라고도 불리웠던 이순일의 2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시대와 국경를 넘나들며 때로는 화자의 시점을 오락가며 쓰여진 이 글들은 한국전쟁을 둘러싼 우리 역사의 격랑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역사를 회피하지도 않는 서늘하고 담담한 서술이 인상적이다. 애초에 기승전결의 고전적인 소설의 틀을 고려하지 않은 듯 중간에서 시작해 중간에서 끝나버린 것 같은 이야기는 결국 긴 서사의 한 부분만을 한동안 요란하게 차지하다 사라져 버리는 인간의 삶에 대한 작가의 궁극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것일까? 한 세대 이전의 삶에 대한 작가의 생생한 묘사의 리얼리티가 인상적인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인터뷰에 근거한 것인가 보다. 한국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 여성의 이야기는 물론 그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팍팍한 오늘의 현실, 젊은 세대의 뉴질랜드 이민생활, 입양과 결혼이주, 9.11과 느슨히 연결되는 미국의 이야기들로 시선을 확장시키고 있다. 길지않은 소설 한 편을 통해 숨가쁘게 지나온 70여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자신의 가족사를 비추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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