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편지 콘서트를 이제야 만났다. 매년 한 명의 클래식 음악가를 주제로 그들이 남긴 음악을 약간의 연극적 각색과 더불어 라이브로 즐기는 기획인데, 올해의 주인공은 차이코프스키다. 두 명의 남성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압도적인 곡으로 시작된 무대는 차이코프스키의 남동생 모데스트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돼간다. 그의 유명한 발레음악들과 더불어 실제 발레리나(노)가 등장하기도 하고, 현악기들이 추가되면서 소리는 더욱 다채로와 지고 풍성해졌다. 늘 크고 번듯한 공연장 무대에만 섰던 연주자(무용수)라면 코 앞에 관객들을 두고 한 이번 공연이 관객 만큼이나 색다른 경험이었으리라. 연주되는 피아노 건반을 피아니스트의 손과 더불어 숨죽여 바라본 긴장된 경험과 더불어, 모처럼 스피커가 아닌 악기의 살아있는 소리에 취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좋은 시간이었다. 12/29일까지 산울림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