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by Kyuwan Kim

최초의 서양문학으로 언급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두 달에 걸쳐 드디어 다 읽었다! 늘 옆에 두면서도 다 읽기는 쉽지 않았던, 젊은 시절부터 미뤄오던 오래된 숙제 하나를 마친 기분이다. 그리스어에서 직접 옮긴 좋은 번역의 책이 출간되었음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행까지 유의해 가며 운문 형식으로 옮긴 15,000행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들과 왕들과 귀족들의 이름과 그들의 계보는 읽기의 흐름을 흐뜨려 놓기 일쑤였고, 무수히 등장하는 배경 신화와, 연관된 이야기들은 나름 그리스 문화와 연극에 친근하다고 느끼던 나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같이 책을 읽어온 벗들과 유투브의 동영상 강의가 없었더라면 결코 끝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리아스'는 약 2800년 전 지중해 지역에서 10년 동안 벌어진, 신들까지 총동원된 그리스연합군과 트로이군 간의 트로이전쟁(오늘날의 세계대전에 해당하지 않을까?)을 마지막 50일간의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하여 헥토르의 장례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과 그들의 이야기는 가히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들의 원형이라 할 만 하다. 익히 알려진 트로이의 목마가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이 다소 의외였지만 그 옛날에 이런 규모의 이야기를 단지 시간의 순서에 의한 나열이 아니라 나름의 문학적 장치로 기술한 것도 놀랍다.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가 있는 분들은 도전해 보시길... 근데 이제 '오딧세이아'는 또 언제 쯤 읽을 수 있을까?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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