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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종 치지 않았다

문화사기단

by Rubysalon Bellboy

2000년 겨울 어느 날, 나는 친구 차를 빌려 변산반도 어디쯤을 달리고 있었다. 비가 내렸는데, 드러머였던 친구가 오픈카를 만든답시고 개조한 지프엔 비가 반이상 새어들었다. 게다가 길을 잘못 들었고 해무 가득한 밤 가로등은 없었으며 여관조차 몇 시간째 보이지 않았다.

차 트렁크에는 시디가 잔뜩 실려있었다. 문화사기단에서 펑크밴드들의 시디를 7종 제작했는데 소니 등 메이저 유통사들에서 배포를 거절당했고, 이 시디들을 전국에 직접 배포하는 일을 하게 된 나는, 당시 하던 전기공사일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음반업계에서 뮤지션이 아닌 스탭일을 시작해 좌충우돌 중이었다. 그때 문사단(후에 쿠조 엔터. 이후 쌈넷과 합병) 김재준 사장도 별 대안이 없었겠지만, 그래서 나한테 유통라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주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온 음악 관련일이 시작되었다. 시디수록곡인 '내 인생종 치지 않았다' 이 노래를 고래고래 따라 부르며 전국에 100군데 정도 매장을 돌아다녔다.



어제 루비살롱 공연장 스태프면접을 보았는데, 영화연출과를 졸업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던 그 친구는 항만업계에서 일하다 그만둔다고 했다. 영화를 만드는데 열정을 쏟아붓기도 했고 재즈를 좋아해서 트럼펫을 배우기도 했다니 그 자리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처음엔 부담 없이 시작하지만 적응이 되고 만들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추가로 얘기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던 그 첫 제안이 생각났다.

그때 재준형이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로부터 10년 후 레이블을 그만두려 할 때 돈마니형이 이런저런 거 해보라고 제안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또 십 년 후 코로나로 홍대사무실 뺄 때 대원장 사장님이 공간인수를 제안 주지 않았다면, 오늘 내가 갈 사무실도 공연장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별것 아닌 제안이라도 참 감사하다. 그리고 나도 동료들한테 이런저런 제안들을 해볼 것이다. 경기가 안 좋고 미래가 불안하지만 일단 5명 출근체제로 꾸렸다 나 역시 별 대안도 없지만..

새로 오는 분이 칵테일바에서도 몇 달 일했다니 앞으로 루비살롱 칵테일이 더 맛있어지리라 기대해 보면서ㅎ


내 인생 종 쳤다고 말하지 마라

허무하게 종칠 나의 인생 아니야

니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하루에 밥은 세끼 먹지

내 인생 종 쳤다고 말하지 마라

허무하게 종칠 나의 인생 아니야

니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하루에 밥은 세끼 먹지

니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니들이 아무리 백이 많아도

니네가 아무리 땅이 넓어도

하루에 밥은 세끼야

내 인생 종쳤다고 말하지 마라

허무하게 종칠 나의 인생 아니야

니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하루에 밥은 세끼 먹지

내 인생 종쳤다고 말하지 마라

허무하게 종칠 나의 인생 아니야

니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하루에 밥은 세끼 먹지

니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니들이 아무리 빽이 많아도

니네가 아무리 땅이 넓어도

하루에 밥은 세끼야

내 인생 종쳤다고 말하지 마라

허무하게 종칠 나의 인생 아니야

니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하루에 밥은 세끼 먹지


https://youtu.be/ofO8y1c9poc?si=50njIXHo0uXccR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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