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를 기록하는 프로젝트 ’아트레코딩’, 이번엔 남동구 대우제부락을 거쳐 이번엔 모래네시장을 갔다. 거의 20년만에 찾아간 모래네시장은 그대로였다. 골목골목안 정겨운 풍경의 가게가 낮술을 부르는 곳이다. 같이간 일행들과 가게앞에 멈춰 “들어가서 한잔하고 오늘 수업은 빠지는것으로 할까요?” 잠깐동안 셋이 동시에 마음이 흔들렸다가, 마침 노맥축제(노가리+맥주)가 열린다는 주말로 미루고 시장을 돌았다.
동네사와 개인사를 엮어서 기록하는 프로젝트 취지로, 첫 신혼집을 꾸린곳을 찾이갔다. 90년대초반 만들어진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보기드문 풍경을 이룬다. 대낮인데도 햋빛을 보기 어려운 골목들을 지나 전에 살던 곳까지 찾아갔는데 집이 어디였는지 찾을수없었다. 2001년에 1년정도만 살았던 집이지만 첫 시작의 추억들은 꽤 기억이나고, 술취해 기억이 끊겨도 집은 찾아갔었는데.. 25년만에 어딘지 못찾다니ㅜㅠ
민망해서 일행에게 핑계를 댔다. "가끔 그렇지 않아요? 전에봤던 영화인데 처음 보는것같은 상황..." 일행중 나이지긋한 형님 왈 "영화는 한두번 봤을테니 잊어버릴수있지. 집은 맨날 찾아갔을텐데 기억 못하면 안되지.."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지금 사는 이곳도 25년 지나면 못찾을까? 꽤 무섭다. 그때도 많은일이 있었겠지. 어려웠던 시절이니 안좋은일도 많았을것이다. 그때 누굴 만났을까, 어렴풋이 부부싸움한 기억도 날듯말듯한데 차라리 기억 못하는게 더 나을수도있겠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장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장소야말로 끝까지 남는 것이고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고 불멸하는 것이다. 우리를 만든 장소, 그런 장소는 손으로 만질수 있는 기억의 풍경이 되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도 장소가 된다. 장소는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자, 끝에 가서는 우리를 소유하는 것이다.”
‘길 잃기 안내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