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다니는 그는 가난하다.
외모는 평범하고 몸매도 볼 만하지 않다.
그저 전철역 승강장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잘 웃지도 않으며, 타인들 앞에서는 절대 울지도 않는다.
술도 안 마시는 개성은 일도 없는 모범생이다.
아르바이트는 용돈 그 이상을 벌어야 하기에 쉬는 날 없이 지속한다.
그래야만 부모님한테도 죄송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제일 싫다.
그 대상이 부모님일지라도.
이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
나는 사랑에 잘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사랑에 빠졌으니 진짜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가 철벽남이라고 여겼기에 더 사랑에 잘 빠진다.
상대가 조금만 잘해주면 그걸 무조건 사랑의 기호로 읽고 받아들인다.
자기 마음속으로 연애 드라마 몇 편을 찍어낸다.
아니나 다를까 어쩌나, 그냥 짝사랑이었다.
이런 그는 자기 스스로 사랑의 기호를 상대방에게 발사하지 못한다.
발사한다 하더라도 상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미약한 기호 몇 개를 픽픽 떨어뜨릴 뿐이다.
매우 민감한 사람일지라도 그 기호를 읽을 가능성은 낮다.
누가 먼저 "너 좋아해", "우리 사귈까?"라는 말을 건네지 않으면 연애는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이 거리에, 이 캠퍼스에, 사람은 많고도 많아서, 연애의 작대기는 부조리하게 그물처럼 이어지기 마련, 이런 사람에게도 작대기는 연결된다.
"나, 너 좋아해"라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그는 종종 해제된다.
나를 좋아한다는데, 언감생심 다행이다 싶은 것이다.
그동안 자신을 억압했으면 억압한 만큼 자신에게 더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이 따른다.
자기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깊게 따지지 않는다.
그러기도 전에, 그는 이미 그녀를 좋아한다고 결정해놓고 있다.
그래야 겨우 이어진 연애의 작대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설령 이건 아닌데 싶어도 참는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가늠하지 않은 것부터?
마음에 드는 누군가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는 것부터?
아니면 누가 좋아한다고 하면 덥석 고마워하는 습성이 문제인가?
무조건 상대를 수용하는 것이 잘못인가?
모두 다 문제다.
가난하고, 학벌도 외모도 별로지만, 그렇다고 그 총체가 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본질은 잘 웃지도 않고, 남들 앞에서는 결코 울지도 않고, 술은 마시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쉬지 못하는 성향에 숨겨져 있었다.
여기서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나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안다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만 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코 알 수 없다.
자기 자신을 탐구해야 한다.
골방에 틀어박혀서 고민하라는 뜻은 아니나.
나는 타인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타인과 진정한 마주침을 통해서만 나를 아는 것이 가능하다.
외적인 것에 주눅 들지 말고, 나와 너 그 실존으로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만도, 허영도 지나친 겸양이나 과잉 배려도 없이, 타인과 만나는 순간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다툴 일이 있으면 다퉈야 한다.
착한 남자 콤플렉스나 다정한 연인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자신을 억압하면 결국 나의 연애 속에 정작 나 자신은 빠지고 없다.
내 인생의 오너십을 갖지 못한다면 내 연애에서도 나는 변두리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당신은 이대로 영원히 반복해도 좋을 사랑을 지금 하고 있는가.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