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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털어버릴 때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계절의 변화는

참 오묘하면서도 무상함을 일깨워준다

뜨겁던 여름 한철 떼창으로 울부짖던

매미의 울음소리가 잦아들더니

가을엔 그 소리를 귀뚜라미가 대신한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와 열대야도

어느새 불어오는 찬 바람에 기세가 꺾여 온순해졌다

한 해를 살아오면서

마음이든 물건이든 인연이든 결과물이든

제때 놓지 못하게 되면 집착이 되고

결국 망상과 번뇌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돌이켜 보면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했고

다가서야 할 때 다가서지 못했던 날들이 많았다

익숙함과 편리함과 아늑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태함과 소심함도 버려야 할 하나의 과제였다

그런 나는 포기할 수 없는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비우면 비울수록 충만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얽히고설킨 생각들을 차츰 줄여나가면서

마음에 일렁이는 파도를 잠재울 수 있다면

삶은 훨씬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다

뭐든 쌓아두고 연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오늘도 하나라도 더 채우려는 마음보다는

하나라도 더 비우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 이기를

하루살이의 삶이라는 각오로 살아가는 나 이기에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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