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남편의 외도.

잘못한 결혼? 어긋난 결혼?

각색한 상담 사례다.

아내는 회사와 집, 돈과 직위, 유명세와 사회적 시선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감정은 짐이라 여겼다.

말하지 않으면 외로운 줄도 모를 수 있다고, 그렇게 사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부부란 직장 동료나 친구보다 더 깊은 이해관계로 얽힌 존재이니 감정보다 기능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 속에서 나는 내가 힘든 줄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전문직 부부’라는 이름 아래 아이 셋을 키우며 일과 양육을 병행했다.

각자의 역할은 분명했고, 나름의 질서 속에서 가정은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가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남편은 직장 동료와 외도를 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들, 둘만의 여행 사진들 앞에서 나는 수없이 되물었다.

여기가 지옥인가, 하고.

말해야 할지, 모른 척해야 할지, 백 번도 넘게 혼자서만 결정을 미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가정에 소홀했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배우자에게는 죽도록 힘든 일이 나에게는 ‘그 정도의 일’로 여겨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보다 체면이 더 중요했다는 사실이 결국 우리의 이혼 사유가 되었다.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불륜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직장 동료, 이웃, 친구의 배우자, 친인척, 심지어 옆집 사람까지.

수년 동안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조차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남편의 외도는 결국엔 모든 여자들이 안다.

눈이 아니라 모든 감각으로.

다만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외도 한 배우자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끝까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제야 또 하나를 깨달았다.

배우자의 외도는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아내도, 여자도, 엄마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앞만 보게 되는 시간이 왔다.

받아들이는 시간이 왔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살아가는 방법이 되는 순간이.


한 수의 말)


당신의 무감각을 죄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

감정을 접고 살아온 시간은 잘못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임감과 성취, 체면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것들은 당신을 망치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당신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주던 도구였다.

이제야 알게 된 것뿐이다.

그 방식이 지금의 당신에게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도의 이유를 혼자서 다 짊어지지 말자.

관계는 늘 두 사람의 시간이고, 두 사람의 선택이다.

놓친 감정이 있었다 해도 타인의 결정을 대신 책임질 필요는 없다.

이해는 가능하지만, 자기 비난은 어떤 회복도 낳지 않는다.

아이들 앞에서 완벽한 어른이 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아니라

흔들리고도 다시 서는 사람이다.

혼란을 숨기지 않고 천천히 정리해 가는 뒷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풍경이 된다.

이제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볼 시간이다.

아내이기 전에, 엄마이기 전에, 직업인이기 전에 무엇이 아픈지, 무엇이 두려운지, 자기 자신에게 조용히 묻는 일.

답이 없어도 괜찮다.

묻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회복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지금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왜 몰랐는지, 왜 그렇게 살았는지, 누구에게 이해받지 않아도 된다.

설명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숨을 고르는 일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선택을 죄책감이라 부르지 말자.

모든 상처가 끝까지 들여다보아야 아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처는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할 때 비로소 살이 차오른다.

다시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전과 같은 사랑은 아니더라도 더 느리고, 더 솔직한 관계는 가능하다.

믿음과 신뢰는 돌아오고 감정은 다시 숨을 쉰다.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기억해도 좋다.

당신은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이제야 깨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의 공백은 벌이 아니다.

자책하지도 말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처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리에 당신은 이제 서 있다.

그리고 다시, 나와 아이들과의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한 걸음씩 걸어가기를.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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