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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쓰레기통의 관계.

가려서 털어놓자.

쓰레기는 사용 후 못 쓰게 되어 쓸모없어진 물건 따위를 내다 버리는 것이고, 쓰레기통은 그것들을 담거나 모아 두는 통을 말한다.

그런 가운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부모와 자식 또는 연인이나 친한 친구 관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감정 쓰레기통이 성립되려면, 감정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그것을 받아주고 담는 어떤 대상 또한 있어야 한다.

자신의 억눌리고 답답한 마음을 대상자에게 말과 표정과 행동으로 지나칠 정도로 계속해서 쏟아내고 털어내다 보니 그것을 들어주고 받아주는 사람인 내가 감정 쓰레기통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때 쏟아내고 털어내는 사람의 마음은 상대방이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상태와 상황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들어주고 쏟아낼 대상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내 곁에 있어서 또는 친하니까 나를 잘 아니까 이해해 줄 거라는 마음에서 서슴없이 가볍게 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들어주고 받아내는 사람에 따라 그 파장은 또 다른 고민과 걱정 그리고 상처로 대상자에게 옮겨 간다.

대상자의 마음 그릇이 상담사처럼 크고 넓거나 내공이 있어 아무렇지 않다면야 다행이지만, 한 사람의 화와 분노와 함께 아프고, 슬프고, 답답한 마음을 장시간 지속해서 들어주고 받아내는 것이 상담하는 입장에서 보면 일반인들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게 한동안 감정 이입 상태에서 벗어나 소귀에 경 읽기처럼 단 순간에 그 감정 상태에서 잊고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단순히 들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경청에서 시작해 이해와 공감 그리고 응원과 지지와 격려도 해주어야 하므로 많은 경험과 상담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쏟아내는 당사자는 알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자주 듣고 계속해서 듣게 되면 짜증이 난다는 사실과 정말 속 내를 털어내고 싶다면 들어줄 당사자의 상태도 살펴 가면서 해야 한다.

멀쩡한 사람이 병원에서 수개월 병간호를 하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우울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아픈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지듯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방적인 당신의 감정을 쓰레기통으로 받아내야 할 책임과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리고 끝나고 나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힘들었을 텐데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반드시 꼭 하자.

그 마음도 모르고 지속해서 반복하게 되면 그 사람도 당신 곁을 피하고, 떠나게 되어 결국 당신은 더욱더 외롭고 슬픈 늪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럴수록 마음에 쌓인 감정을 어떻게 풀 것인지를 고민하고 스스로가 푸는 방법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좋고, 혼자서 어렵다면 가까운 곳으로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랫말 가사처럼 곁에 있는 가족, 편안한 연인과 친구라고 함부로 막 쏟아내지 말자.

당신이 쏟아내어 속이 후련한 만큼 그것을 들어주고 받아내는 상대는 그만큼 괴롭고, 아프고 힘들다.

-관계의 한 수-


자신의 개인적 고통에 대해 아는 만큼

그 고통과 관계를 맺는 만큼

우리는 두려움 없이 용감하게

타인의 고통을 기꺼이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과

다르지 않음을 또한 알기 때문에

딱 그만큼  타인의 고통을

떠안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힘들고 아픈 만큼

타인도 힘들고 아프다

잘 살펴 가려서 털어놓을 일이다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작가 겸 심리상담사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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