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심해야 할 때와 무심해서는 안 될 때를 때때로 구분하지 못한다. 그것이 때로 근친 거리에 있는 사람을 나에게서 영영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하지만 무심함은 무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나는 그 관계가 왜 틀어져 버렸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리하여 서운함은 늘어가고 틀어진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가만 생각해 보면 무심함은 상대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나의 입장에서만 내뱉는 말에서 비롯되는 것도 같다. 딴에는 상대를 위한다고 한 말인데 그게 갈등의 불씨가 되어 나의 속을 태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쪽에서는 ‘너를 위해서’ 한 말이지만 저쪽에서는 그게 어떻게 ‘나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냐는 입장의 차이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왜 상대를 ‘위하기’ 위해 한 행위가 불쾌함이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인다.
이러한 ‘위함’의 역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누군가를 ‘위한다’라는 것이 타인에게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착각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위는 일방적인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니까 ‘위함’을 행하는 주체 A와 그 ‘위함’을 당하는 객체 B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 행위의 전제 조건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나의 ‘위함’이 상대에게도 ‘위함’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고려다. 위함을 행하는 주체로서의 우리 대부분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다. 나의 눈에 B의 상황이 안타까워 보이기에 나의 입장에서 B를 위하는 행동을 멋대로 해 버리고는 B의 반응이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르게 나타나면 멋대로 서운해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B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나를 위한 어떤 행동도 B는 부탁한 적이 없으므로 A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멋대로 나의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여 버린 A가 B로서는 서운할 수도 있다. A가 보기에는 남루해 보이고 위태로워 보여도 B 딴에는 꽤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마주하며 나름의 전략에 맞게 전진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A는 애초부터 없었어도 될 그 ‘위함’을 굳이 행함으로써 B를 잃게 되고 B로서는 A와의 사이에서 넘어설 수 없는 거리가 생겨버리게 된다.
이런 과한 위함으로 인해 누군가를 잃게 되는 일들을 지켜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상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의 상식이 곧 너의 상식이 일 것이라는 암묵적인 단정, 여기에서부터 이미 오해의 싹은 트고 있었다. 빨간불일 때는 길을 건너지 말아야 한다는 절대 상식은 각 개인이 자신의 인생 서사 속에서 구축해 온 상식과는 다르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통용되는 상식과 나만의 상식은 동일한 층위에 있지 않다. 그러하기에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상식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가령 나의 경우 정말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퇴근 시간 이후에 업무로는 연락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업무가 우선인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업무로 연락을 해도 되는 것이 상식일 수 있다. 이것은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만 상식이 다른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에 틀리고 맞고의 관점으로 접근해 나의 상식이 맞다며 상대의 상식을 억눌러 버리려 하면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 해도 관계는 틀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을 배려라는 행위는 일방적이고 위압적이 되어 버린다. 상식의 차이에서 오해가 비롯된다고 하여도 위한다고 하는 행동이 해하는 결과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슬픈 일이다.
모두가 잘 팔리기 위해 세상이 원하는 방식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자신의 가치를 뽐내며 고가가 매겨지는 것을 선호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의 속도에 맞춰 세상을 구축해 가는 것이 우선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세상이 말하는 그 기준이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는다. 평범함이라는 가치는 상식이 통용될 수 있게 하기에 실용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유용하지 않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데 있어 우리는 세심해야 한다. 그 마음을 읽은 후 행동함에 있어서는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어렵게 속을 터놓고 도움을 요청할 때는 내가 그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를 위해 내가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를 위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유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