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색한 마음과 욕심

by GZ

대화는 때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여 주기도 한다. 그렇게 투명하게 놓인 마음을 앞에 두고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어깨에서 힘을 덜게 된다. 그들이 저도 모르게 보여준 욕망이 내 속에도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다가 상대를 보며 그가 내 속에 숨겨져 있는 다른 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빤히 보이는 욕심을 끙끙거리며 포장해 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아닌 척하려는 그들을 보며 그토록 강한 열망을 그러하지 않게 보이게 하느라 당신도 꽤 힘든 나날을 마주 해왔겠다는 독백을 속으로 뱉는다. 그 말이 나의 욕심을 내비쳐 주는 거울이 되어 준다.

내 손에 들어온 것이 내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다 내게 닿은 것이지 내가 나의 노력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었다. 뭔가를 손에 쥐고도 힘을 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내 것이 된 것은 그렇게 힘줘 쥐고 있지 않고 내려두게 된다. 언제라도 필요한 순간에 다시 쥐면 되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선택지를 앞에 두고 내게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내려두면 그간의 나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득바득 노력해서 닿게 된 무엇이니 그것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것을 발판으로 다음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꼭 주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한 채 달리다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모두가 뭔가를 쥐고 있었다. 내가 쥔 것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나만이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그것이 오롯한 나의 노력의 결과라는 착각이 집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무슨 수를 써서건 지금 내 손에 들어온 그것을 확보해 두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빼앗기면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뒤처지게 된다는 불안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게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것을 잘 지키고 있으면 다음이 있을 것처럼 거기에 매달렸었다.

생각해 보니 시간의 흐름조차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감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그러한 존재감에 확신을 가져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 무모한 것을 원했던 모양이다.

손을 펴고 옹색한 마음에 담겨 있던 어리석은 열망을 본다. 엷고 얇은 그것이 내 속을 꼭 붙들어 쥐고 있다. 손 위에 입김을 분다. 투명한 아지랑이가 가느다랗게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노심초사하고 아득바득하던 일에서 마음을 놓게 된다. 지금 내가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 내 것이 아님을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누군가가 잘 되기를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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