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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Z May 24. 2024

소금

바닥에서 하얀 무엇이 반짝인다. 하얀 저것을 무엇이라 부를까 하다가 웅크려 앉아 가만 들여다본다. 물아래에서 저마다의 빛을 발하고 있는 하얗고 투명하고 네모난 것에 이름을 붙여본다. 소금. 사탕을 굴리듯 소금 두 자를 입에 머금고 천천히 혀를 움직여본다. 소금 결정이 혀에 닿기라도 한 듯 침이 고인다. 고인 침을 삼키며 장화 신은 두 발을 염전에 들여놓는다. 타박타박 장화에 닿은 물이 결정이 결정을 만들어내고 있던 소금 입자의 속삭임이 되어 귀에 닿는다. 보이지 않아도 움직이고 있어, 멎은 듯 보여도 나아가고 있어. 하얗고 하얀 입자의 움직임이 괜찮다는 위로의 말이 되어 어깨를 토닥인다.

고무래를 든다. 한쪽으로 소금을 쓸어가며 생각한다. 눈이 쌓여가고 있다고. 바닥에 깔려 있어 소금인지조차 몰랐던 것들이 어느새 산이 되어 쌓이는데 왜인지 눈물이 핑 돈다. 정수리 위의 해는 투명하게 번져가고 해 닿은 소금물은 해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며 고무래를 든 청년들의 눈에서는 찬란한 미래가 빛을 발한다. 눈이 부시다. 주변이 온통 빛이다. 빛에 둘러싸여 몰래 눈물을 훔치는 것은 밝은 것은 햇살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금을 긁어모으며 까르륵 웃는 이들에게서 번지는 미소가 더없이 평화롭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얗디 하얀 그 결정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긴 기다림을 마주했을 작은 입자의 인내가 가슴에서 꽃이 되어 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빛이 있으라는 한마디가 그 꽃 위에서 날갯짓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Andrew Wyeth_Moon Madness_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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