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아누웠다. 며칠. 과로에 부대낀 것인지 사람에 덴 건지. 습관적으로 구토를 한다. 속으로 밀어 넣었던 것을 입으로 뱉어내는 행위는 불쾌하고 힘든 일이다. 위장이 뒤틀리고 몸이 틀어지고 식도가 따갑다. 아프다. 속이. 시리다. 마음이. 봄인데, 청량한 바람이 부는데. 찬바람에 발가벗겨 세워져 있는 듯 몸 구석구석이 아리다.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결국 입을 통해서야 죽음을 고해 오는 음식 잔해. 변기를 붙들고 앉아 가만 들여다본다. 뱉어낸 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토사물이 앞에 있는데 어째 그게 음식 같지가 않다. 감정의 찌꺼기 같다. 삭이지 못 하키고 있었으니 부대꼈을 수밖에. 버튼을 누른다. 물이 소용돌이친다. 요동치는 물에서 소리를 읽는다. 사느라 애쓴다.
더럽고 냄새나는 오물에서 토닥임을 본다. 구질구질하기 그지없는데 역한데 저기에서 위안을 받는 이유는 현실이 그보다 못해서인지 내가 현실을 비참하게 여겨서인지. 내가 뱉어낸 것이니까, 적어도 그게 나를 찌를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 사실만은 불신할 수 없을 테니까. 통증을 동반하는 소리 없는 외침에서 안도를 느낀다.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병이 있는 내가 바깥으로 내보낸 비명이기에, 잘했다 한다.
당신의 친절한 폭력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 친분과 친절을 위장해 들은 말에서 느낀 것이 아픔과 고독, 외로움이었기 때문이다. 내 편이라는 데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이 왜 가시가 되어 손끝을 찌르는지. 내가 좋다던데 왜 그 손길이 망치가 되어 등을 내려치는 것 같은지. 내가 잘 되었으면 한다던데 왜 그 눈이 화살 같아 보이는지. 나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왜 나를 벼랑 끝에 몰아세우는지.
사람들은 위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위해달라고 한 기억이 없는데 멋대로 위하고서는 감사하지 않음을, 내가 그들의 방식을 따르지 않음을 탓한다. 탓을 위한 위함은 폭력이다. 친절한데 아프다. 부드러운데 따갑다. 상냥한데 서늘하다. 위함 가운데 있는 마음이 타자인 나를 향해 있지 않고 너를 위한 벽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 그것까지 눈감아주자. 아니, 눈감아 준다.
눈 감는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자꾸 시력이 나빠진다. 안경도 썼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안경에 두께를 더해야 하는 것인지 마음의 부피를 줄여야 하는 것인지. 이러다가 앞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닌지. 눈에는 루테인이 좋아. 눈에는 블루베리가 좋아. 눈에는 당근이 좋아. 위한답시고 하는 말들을 들으며 생각한다. 누가 이 눈을 나빠지게 했을까. 무엇이 시력을 떨어지게 하고 있을까 하고. 껌뻑 껌뻑. 연이어 눈을 감았다 뜬다. 나를 위해준 수많은 이들이 그림자가 되어 눈동자에 새겨져 있다. 눈인데 눈 같지가 않다.
눈을 감는데 물이 떨어진다. 물속에 뭔가가 있다. 뚝뚝. 물이 떨어진다. 가만 물을 들여다본다. 속에 있는 저것은 무엇인지. 둥근 입자에서 사람을 본다. 처얼썩처얼썩.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나가기를 반복한다. 거울을 응시한다. 수없이 많은 그림자가 동공을 채우고 있다. 눈꺼풀을 감아 내린다. 우두두 우두두. 눈에서 소낙비가 쏟아진다. 떨어진 사람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볼을 적시는 이것은 눈물이 아니다. 서글픔이다. 위함이 남긴 칼자국이다.
눈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비가 되어 내린다. 떨어진 빗방울마다 피가 서려 있다. 눈이 뱉어내는 그것은 가슴의 토사물이리라. 아프다. 쓰리다. 괴롭다. 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고통을 견뎌내는 것은 목숨의 값이었기에, 슬픔의 몫이 아니었기에, 그리하여 견딤이 눈물이라는 결정이 되어 남게 되었기에. 그러니까 더는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하는 너도 아플 테니까. 네 위함을 위하려는 나를 너는 또 아파할 테니까. 네 위함을 모르는 바가 아니니까. 이제는 울어낼 기력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