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투명하다

by GZ
20210920_105123.jpg

꽃이 지면 잎이 나고 잎이 나면 꽃이 져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 꽃무릇. 꽃무릇에는 그 여인이 사랑으로 인해 죽었다 하여 진정한 사랑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꽃에는 승려를 사모하다가 사랑에 말라 죽은 한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자를 사랑한 여인이 죽은 무덤가에 핀 꽃이 꽃무릇인 것이다.

빨간 꽃무릇 위에 앉은 검은 나비들을 본다. 이꽃 저꽃을 날아다니는 화려한 색의 나비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어린다. 그림이 되어 눈앞에 놓여 있는 화사한 꽃과 아름다운 나비에게서 이지러짐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날개 어딘가가 찢긴 나비들. 다친 날개로 날아오르고 착지하기를 반복해야 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참는 게 습관이 된 우리네 서글픈 삶을 닮아 있다.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다. 찢어진 날개를 고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쉼 없이 날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숙명이기에. 나비의 검은 날갯짓에서 아픔을 머금고 사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너를 본다. 괜찮다고 하는데 내 귀에는 어째 그 말이 아프다는 말로 들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비와 꽃의 그림자에서 아플수록 더 크게 웃는 네 몸짓을 본다. 네가 웃는데 내 눈에서는 왜 눈물이 떨어지는지, 눈동자가 왜 점점 더 눈물로 흥건해져 가는 건지, 차오른 눈물이 왜 너를 가려버리는 건지.

꽃무릇 옆 하얀 꽃이 나비의 날개를 매만진다. 찢겨 떨어져 나간 검은 날개에 하얀 꽃잎이 덧대진다. 눈동자 위에서 하얗고 검은 무엇이 춤을 춘다. 꽃과 나비가 그려내는 구슬픈 시를 향해 손을 뻗는다. 하얀 꽃이 손을 간질인다. 나비의 날갯짓이 손끝을 지나간다. 네 아픔이 가슴을 두드린다. 눈이 따뜻하게 달아오른다. 눈물이 빗물처럼 우둑둑 떨어진다. 눈시울을 닦으며 하얀 꽃의 꽃말을 속삭인다. 순백의 사랑, 순수한 사랑. 눈을 감으며 하얗고 하얘 투명해져가는 듯한 너를 삼킨다.

20210927_09311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