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등을 봐_3

by GZ

하이힐을 신으면서 허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놉은 굽 때문에 평지에 서 있는데도 경사진 길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구두의 굽이 높아진 만큼 세상에의 안목도 길러졌으면 좋으련만 더해진 것은 두려움과 불편함이었다. 불편과 두려움은 덜어내면 그만인데 그걸 붙들어두고 덜어내려 하니 실은 단순해야 할 작업이 아무래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두를 벗으면 체면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관념에 길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구두를 신어야 하는 자리가 늘면서 등이 굽어갔다. 온몸이 경사져 있기 때문이었다. 불편함에 나를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굽은 등으로 굴곡진 말을 했다. 대화 속에서 나처럼 성공을 담보 잡혀 발이 헐어가는데도 차마 구두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와 다르지 않게 가식의 말을 던지며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서글퍼 보였다.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흔들리는 내 하이힐을 보았다. 구두가 없던 시절 그토록 동경했던 화려함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요란스러운 구두 소리만 귀를 부산스럽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소리에 둘러싸여 구두를 신은 모두가 타인의 등을 땅 삼아 또각거리며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서로의 등을 흠짓 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문득 내 발아래의 이름 모를 누군가의 등의 오르내림이 느껴졌다. 구두를 벗어던졌다. 그의 등에서 내려서며 스타킹도 벗어버렸다. 조여 있던 발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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