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없어. 어떻게 갖게 된 구두인데.....
아냐, 구두는 언제든 다시 가질 수 있지만
발은 다시 가질 수가 없어.
그건 너처럼 구두가 많은 사람들에게나 그렇지.
구두를 골라 신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그렇지.
나처럼 구두 하나를 갖기 위해 인생을 다 건 사람에게
이 구두는 다시 가질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구두를 벗어 보라는 네 말은 나를 부정하라는 거야.
너를 부정하려는 게 아냐.
그 구두가 전부가 되면 발을 잃게 된다고.
발이 없으면 구두도 의미가 없어져.
네 신발장을 봐.
구두로 가득 찼잖아.
구두를 벗어도 된다는 걸 알게 되면
너만의 진짜 구두를 가질 수 있게 돼.
나도 그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구두를 모을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구두가 신방장에 그득한 네가
구두가 하나밖에 없는 나한테
구두를 벗어보라고 하는 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뭐라고 하는데?
위선.
네가 아직 모르는 게 있어.
뭔데?
내 굽은 등이 보여?
보여.
이건 보여?
발자국? 등에 발자국이 있어.
다행이다, 이게 보인다니.
이게 안 보이는 사람도 있어?
발의 감각이 없어지면 이것도 안 보이게 돼.
너, 내 등이 왜 굽었는지 알아?
왜?
구두를 벗지 못해서.
뾰족한 구두 굽이 내 등을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너처럼 구두를 신고 쉼 없이 돌아다녀서.
그리고.....
그리고.....?
이걸 봐.
보여?
응.
맨발로도 걸을 수 있어.
맨발로 걸어도 발자국은 남겨져.
그리고 맨말은 네 등에 발자국을 남기지는 않아.
힘들 때는 구두를 벗어 봐. 조금은 편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