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익. 오늘로 글을 한 달이나 안 썼다. 업로드만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계속 썼던 게 아니라, 정말로 안 썼다. 안 쓰다 보니까 뭘 쓸 엄두가 안 난다. 이렇게 안 쓰다가는 그 부담감이 점점 더 커져 더 못 쓰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영영 못 쓸지도 모르니까 개소리라도 쓰는 쪽을 택했다.
글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졸라게 쓰다 보면 나중에는 생각도 문어체로 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나지막이 들려오듯이, 생각에 내 문체가 입혀져 문장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 머릿속에 맴돈다. 진짜다. 그런 장면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드라마는 그렇다 쳐도 나는 아주 꼴값을 떠는 거지.
하여간 그래가지고 안 쓰는 동안에도 문장들이 환청처럼 들렸다. 작가는 뭘 지어내는 게 아니라 그저 받아적을 뿐이라는 걸 어디선가 봤었는데. 들려오는 개중에는 그럴듯한 것도 꽤 있었는데, 써 놓지 않다 보니 지금은 다 휘발되고 없다. 아무도 안 믿겠지만 정말 괜찮은 것들은 한 마디도 남지 않고 막상 각 잡고 쓰려면 이딴 의미 없는 말들만 남는단 거다. 아깝다. 한국 수필계에 한 획을 그을만한 문장들이었는데. 최근엔 비문학을 넘어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데에도 관심이 생겨버려서, 재미있는 소재나 대사 삼을 말들도 불쑥불쑥 떠오르곤 했다. 누가 들어도 명대사였지만 나만 들었고, 물론 그때그때 적어두질 않았으니 누구에게 들려주기도 전에 역시 기억에 남은 건 없다.
그래서 쓴다. 그게 아까워서 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일회용으로 사라지는 게 아깝고, 사소한 기억과 작은 추억이 타임라인에서 그냥 지나만 가는 게 아까워서 쓴다. 쓰지 않으면 모두 없던 것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다. 나의 무언갈 남기지 않으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같이. 존재하지 않기엔 나는 내가 아깝다. 존재감 없는 척하기엔 나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타입이다. 기록하지 않기엔 내가 하는 생각과 느끼는 마음들이 아깝다. 그저 잠자코 있기엔 하고싶은 말과 해야 할 말들이 너무 많고, 그걸 혼자 삼키기엔 내 말이 너무 맞는 말이다. 뭐, 전부가 다 맞는 말은 아닐지라도 틀린 소린 안 하지 않나. 아무튼 다시 쓴다. 기다리는 사람 하나 없는 글이지만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