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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록달록 Dec 24. 2022

유형별 좆밥새끼

20221107


*편의점 근무시 좆밥새끼 유형 분석*



성별은 높은 확률로 남성이며, 나이대는 의외로 매우 다양하게 분포한다. 근무자가 특히 여성 혼자일 경우 목소리가 더 커진다. 오히려 술에 취하면 애초에 그냥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긴 하지만 대충 타일러서 내보내면 그만이라 겁먹지만 않으면 수습은 용이한 편. 그렇다보니 경험상 상대가 맨정신일 때가 더 좆같다. 각성상태의 좆밥새끼들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빈틈을 보이면 어떻게든 동네 편순이에게라도 싸움을 걸어 굳이 이기고 싶어한다.



예 1) 화풀이형



가게 앞에 무단으로 주차한 차량에 전화해 차를 빼달라고 했었다. 차주분은 본인차를 다른 사람이 빌려간 모양인지 자기가 전화해서 얘기하겠다고, 죄송하다고 한숨 쉬며 사과를 했다. 조금 후 남편인지 애인인지 모를 놈이 나왔는데, 차에 타는게 아니라 가게로 바로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댔다.



"씨발, 차 빼라고 전화한 년 나와!!!"



"전데요. 바로 빼주시겠어요? 저희 곧 물류차 들어올건데."



"야 이년아, 니가 뭔데 내 차를 빼라 마라야! 여기가 니 땅이야?"



"일단 본인 차 아니시잖아요, 그리고 제 땅도 아니죠. 제가 땅주인한테 세를 내고 장사를 하고 있으니 사용할 권리는 있죠."



"가게 앞에 길에다 댔는데 왜 니가 지랄이냐고. 길이 나라땅이지 무슨 땅주인이 있어! 내가 세금 내고 길 좀 쓰겠다는데 니가 왜 빼라 마라 하냐고!!"



"차는 빌려 타시면서 세금은 또 내시나봐요. 세금 잘 내서 길에다 주차해도 되는거면, 요앞에 삼거리 한가운데에 대시지 그랬어요? 거기 자리도 넓고 아무도 차 안대던데."



"이 싸가지 없는 년이 나이도 어린게 어디 말대꾸야? 여기 차 대도 되는지 경찰 불러서 물어봐!?"



"본인이 차만 빼시면 다 해결되는데 바쁘신 분들 뭐하러 부르시게요? 아니다, 그냥 부르셔요. 아까 CCTV보니까 주차금지 안내판 옆으로 던져놓고 차 대셨던데, 그거 찌그러졌더라구요. 그분들 오시는김에 '영업 방해'랑 '기물 파손' 같이 접수하면 되겠네요."



내 말을 들은 그 아저씨가 거품물 타이밍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건장한 '남자' 손님들이었다. 눈치보다 씩씩대면서 나가더니 바로 차를 빼줬다. 차 빼달라고 한 것 정도에 뭐가 저렇게 화가 나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차주분 전화를 받았을 때 잔소리 씨게 들어서 자존심이 상한 걸 나에게 풀려고 했던 걸로 추측.



예 2) 급발진형



누가봐도 어려보이는 녀석이 담배를 사러왔길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저 여기 자주오는데~. 다음에 올 때 갖다 드릴게요."



"아뇨, 지금 구매하실거면 가지고 와 주시겠어요?"



"저번에 왔을때 '사장님'은 검사 안하고 주시던데~"



"아. 사장님이 판거면 나도 팔아야 된다...? 누가 사장인데요?"



"어..."



"신분증 없으시면 못드리니까, 안녕히 가세요."



대부분 여기까지 하면 그냥 나가는데 얘는 갑자기 급발진을 했다. 나보다 스무살은 어려보이는 애한테 아침부터 '씨발년' 소릴 들었다. 가게에 아무도 없으니 지가 쎈척을 하면 무서워서 그냥 줄걸로 알았던것 같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 내가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로 쌍욕을 뱉는 동시에 포기하면서 밖으로 나가버리지만 얘는 정말 니코틴이 급했는지 약쟁이 마냥 담배를 줄 때까지 안나가고 버틸 기세였다. 발주를 넣고 있는 내쪽을 향해 본인이 아는 욕이란 욕은 다 했던것 같다.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빨리 내 보내야지 원.



"너 내가 기억하는데, 전에 니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찾는거 좀 도와달라면서 우리가게서 전화 빌려 썼었잖아. 너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 감사하다고 했던것 같은데? 그런데 오늘은 내가 너한테 '씨발년' 소리를 다 듣네, 겨우 담배 하나 안줬다고."



"..."



"'사장님'이 검사 안하고 팔았다고 했지? 여기 사장이 난데? 어쩔래 이제?"



"......"



그러자 바로 뒤돌아 나갔다. 이 녀석은 며칠 후에 또 와서 미성년자 판매금지 품목이 아닌 과자랑 우유 따위를 몇개 사더니 계산 후 뻘쭘하게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갔다.



예 3) 혼자있으면 착해지는 유형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자 세명이 들어왔다. '마스크 써주시라'는 내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서로 큰소리로 말하면서 먹을 걸 고르고 있었다. 시끄러울 정도로 목소리가 크길래 가게에 들어와 자고 있는 초롬이가 놀래서 뛰쳐나갈까봐 조금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목소리가 제일 컸던 녀석이 내가 들으라는 듯이 옆에 있던 친구에게 갑자기 욕을 했다. 7년의 짬이 생기니 패턴이 빤히 보였다. 쎄보이고는 싶으나, 나에게 직접 욕할 자신은 없을 때 주로 저런식이다. 한동안 시끄럽게 떠들며 고르더니 겨우 삼각김밥 달랑 한개를 카운터에 올려놨다. 그리고서 담배 두개를 달라고 했다. 삼각김밥을 고른 아까 그 놈은 다른 걸로 바꾼다고 했고, 나머지 두 녀석은 계산이 끝난 담배를 가지고 먼저 나갔다. 아직 친구가 안에 있는 줄 알고 큰소리로 또 욕을 하면서 다른 걸 고르길래 짜증이 나서,



"목소리 좀 낮춰 주시라구요. 지금 마스크도 안썼잖아요."



라고 한번 더 얘기했다. 내 얘기에 뒤를 돌아보더니 친구들이 먼저 나간걸 그제서 알아채고는 '죄송합니다'라고 작게 대답한 후 계산하고 나갈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때의 자신과, 혼자 있을때의 자신이 이렇게나 다른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예 4) 갑질형



처음보는 손님이 들어왔다. 이것저것 고르면서 카운터에 하나둘 올려놓고 또 다른걸 가지러 간다. 일단 이것부터 진상이다. 편의점 근무자들이 뽑은 최악의 진상(2022, CU조사) 1위가 이런거라는 걸 전국의 근무자들은 공감하지만 의외로 고객들은 이게 진상인 줄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굉장히 많다. 제발 장바구니에 담아서 고를 거 다 고른 다음에 계산 직전에만 카운터에 올려줬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나 어려운 건가. 뭐 이정도가 좆밥이라는 건 아니고. 아무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첫 방문 고객이기도 했고, 어차피 다른 손님도 없었어서 카운터에서 물건이 섞이지는 않았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참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올려놓더니 드디어 다 골랐는지 카운터 앞에 멀뚱히 서있길래 '봉투 드릴까요?'했더니 자기가 고르는 동안 안담아 두고 뭐하고 있었느냐고 했다. 저쪽에 있는 [이마트24]는 다 고르면 계산만 딱 하고 바로 가져갈 수 있게 고르는 동안 알아서 미리 담아놔서 편한데, 여기는 왜 그렇게 안해주느냐고.



"에코백을 가져오셨을 수도 있고, 일반봉투랑 종량제 중에 어떤걸 원하실지 제가 여쭤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잖아요. 여러개 사도 안담아가시는 분도 계시구요. 그리고 봉투도 크기가 다양한데, 이렇게 하나 두개 차례로 가져오시는 동안에 제가 어떻게 미리 봉투 사이즈를 골라서 담아놓겠어요, 부피가 어느정도나 되는 뭘 얼마나 더 가져오실 줄 어떻게 알고."



그러게, 씹궁예도 아니고 말야.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내가 한번 참고 '죄송합니다'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설명하면서 손님을 가르치려 드느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걸 안다. 미안하지만 말같지도 않은 말은 정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저 [이마트24]의 초짜들과 나의 운영 방식을 감히 비교했다?



하여간 더 추가할 건 없다고 하니 거기에 맞는 크기의 봉투를 골라 상품들의 바코드를 찍어 모두 담아놓고 '**,***원 입니다.' 했는데도 이 양반이 주머니에 손 넣고 한동안 가만히 있길래 '결제 안하세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니, 버튼을 눌러줘야 여기 카드 꽂으라고 뜨면 내가 카드를 넣지!! 아까부터 답답하네 진짜."



답답한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까도 그랬지만 이건 절대로 '네, 죄송합니다'라고 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잘못한 것이 없을땐 절대 먼저 사과하지 말라고 교육한다. 사과를 하는 순간 상대방의 말같지도 않은 말이 맞는 말이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이 양반은 본인이 포스시스템에 대해 어느정도 안다고 확신을 하고 저런 말을 한거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맞을리가 없다.



"손님. 손님이 어떤 걸로 결제 하실 줄 알고 제가 [카드결제] 버튼을 누르겠어요? 카드이실지, 현금이실지, 아니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처럼 바코드결제일지, 그것도 아니면 교통카드로 결제하실지, 결제방식이 요즘처럼 이렇게 다양한 세상에 어떤 걸로 하실 줄 알고요? 결제 수단을 먼저 주셔야 거기에 맞는 버튼을 제가 누르죠."



"[이마트24]는 딱 담아놓고! 버튼 딱 눌러놓고! 그럼 나는 그냥 고르고 계산하고 나가면 그만인데 여기는 뭐가 이렇게 하나하나 다 말을 해줘야 알어? 바빠죽겠는데!"



또 그놈의 [이마트24]. 물론 이 사람의 말을 믿는 건 아니다. 아무리 시스템에 차이가 있어도 동일한 업종에서 큰 틀은 유사할 수 밖에 없기에 [이마트24]에서도 저 말처럼 그렇게 해 줄리가 없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저 본인이 듣고싶은 '네, 죄송합니다'를 내가 들려주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뭐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아 결국엔 형식적인 사과라도 받아내고 싶어하는 유형. 하다하다 안되니까 나중에는 나보고 자기가 물건 고를때 졸고 있지 않았느냐고까지 억지를 부렸다. 본인에게는, 내가 반드시 어떠한 실수라도 했어야만 하는 상황인거다. 최악. 이거야말로 자존감의 문제이며, 니 낮은 자존감은 내 알 바가 아니니 이런 시비를 받아줄 의무가 전혀 없고, 넌 분명히 좆도 좆만할 좆밥새끼임.



"아까 한참 고르실 때에는 안바쁘시고 지금 갑자기 바쁘신가봐요? 저 [이마트24]가 그렇게 편하시면 그쪽으로 가시지 왜 여기로 오셨을까요."



그 뒤의 이야기는 뻔하므로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필자 최초의 열린 결말...!



주로 남자 진상에 대해서만 언급했기에 남성혐오적 글이 될까 고민이 많았지만, 여자 고객중에도 당연히 진상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좆밥새끼'는 강약약강의 성향이기 때문에 여자 진상의 경우 그에 어울리지는 않는 사례들이라 구성에서 제외했지만. 비판의 포인트가 다르므로 나중에 따로 다뤄볼 수도 있고. 분명한 사실은 남자 고객 중엔 근무자가 '여자'라서 더 무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여자 고객 중 근무자가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무시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굉장히 유감스럽다.



(이 부분에 공감이 어렵다면 팁을 하나 드린다. 위의 사례들에서 나샛기의 역할에 '마동석' 배우를 대입해 보자. 그랬다면, 여기에 쓸만한 에피소드 따위는 없었을 듯ㅇㅇ)



또 한가지, 나는 이 사람들을 이겨먹으려는 마음인 것이 아니다. 고작 이새끼들 이겨서 그걸 어디다 쓰겠어. 다만, 질 수는 없다. 내가 져 주면 이 무식한 작자들은 본인이 이겼다고 심각한 착각을 해버리기에, 다른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때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 뻔하다. 그때의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이런 행동들이 옳지 않다는 기억을 새겨 줄 필요가 있다. 세상 만만한 편순이들에게 업신충동이 생겼을때, 순간이라도 나와의 사건이 떠올라 멈칫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의도는 지켜졌다고 본다.



사건들을 옮겨적고 보니 글 속에서의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할말 해가며 대응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남자가 눈앞에서 욕하고 소리지르는데 나라고 왜 무섭지 않겠는가. 나도 심박수가 빨라지고 손이 덜덜 떨린다. 좆밥들은 '개'와 같아서, 나의 두려움을 들키는 순간 득달같이 덤벼들기에 최대한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쓰면서 이제 조금은 알것 같았다. '너는 항상 사람 만나는 일을 해야돼. 그렇다고 그게 꼭 장사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라는 누군가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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