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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록달록 Dec 24. 2022

TMI(2)

20221130

TMI 2

1. 사주 봐주신 슨생님이 내 글을 보셨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후로 요즘엔 주로 전화로 상담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다 처음이니까 친구가 알려준 대로 문자부터 드린 후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전화가 왔다.


아주 친절하시고 친화력도 좋으신 분이었다. 이런것도 나름 서비스업이니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단순히 나를 의뢰인으로 대하기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써 말씀해 주시는 느낌이었고, 그 점이 참 좋았다. 우리는 통화하면서 서로의 말에 많이 웃었다. 그냥 수다 떠는 것 처럼.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내가 정말 잘 되길 바라시는 것 같았다.


상담 도중,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느냐고 물으셔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말씀하시는 표현력이 남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분이셨다. 왠지 나처럼 글도 쓰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쓰기도 하시죠?’하고 여쭈었다. 긴 글은 아니지만 쓰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뭔가 통했던 걸까 싶었다.


통화를 끝낼 때 쯤, 내 글은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어오셨다. 평소에 읽으셨을 책들에 비해 아마 수준이 현저히 낮을 부끄러운 글들 뿐이라 공개가 망설여졌다. 얼굴도 한번 뵌 적 없는 분께 너무 개인적인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원하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 주셨다. 그냥 관심이니까 부담 갖지 말았으면 하신다면서.


하루 정도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런 관심이 감사해서, 용기를 내서 인스타 계정을 보내드렸다.



2. 나는 돌잡이 때 연필을 잡았었다.


그때 연필을 잡은게 내 인생의 복선이었다면...!



3. ‘나는 ~한 사람이다‘라고 쓰는 거 너무 싫다.


내가 써놓고도 재수없고 밥맛 떨어진다. 왜 자꾸 저런식으로 말하는 거지? ’내가 말이야, 이런 사람이라고!‘ 이러는 것 같잖아. 이거 꼰대 말투 아니냐고. 니가 그런 사람이라서 뭐 어쩌라고. 존나 TMI네. 진짜 좀 고쳐야 될 필요가 있음.



4.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을 비하하는 게 아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공무원도 그렇고 대기업 직원도, 사실 그렇게 보편적인 것도 아닌데. 그냥 부모들의 보편적인 ’이상향‘ 같은거지. 편순이 주제에 내가 뭐라고 다른 일을 판단하겠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을 뿐임. 그걸 강요하는게 싫은거고.



5.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무기력하던 시점에, 그때 가족들때문에 반강제로 떠밀려 하게 됐던 일이 바로 지금의 편의점이었음.



6. 자꾸 경계하는 척은 하는데, 나 약간 이런 샤머니즘의 성향이 있는것들 은근 믿는 듯?



7. 고양이들 덕에 사는 건 맞지만 이게 좀 과해져서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솔직히 열아홉이면 많긴 많잖아. 일도 쉬는 날이 없고, 퇴근하고 집에 와도 또 일이니까 내 시간이 정말 없다. 그렇기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한 후로는 더 여기에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글을 쓰는 시간은 온전히 나하고만 대화하는 거니까. 그래도 고양이 최고야.



8. 에세이 문서 폴더 이름을 바꿨다.


[꼴에 에세이]가 좀 자기비하적인 것 같은 뉘앙스라 갑자기 별로더라고. 그래서 노트북도 바꿨겠다, 겸사겸사 개편을 시도. 새 시즌은 [에라이 에세이]다. 라임 쩐다. 맘에 들어.



9. 그 친구의 꿈은 한의사였다.



10. 내 글씨는 나도 모르게 그 친구의 글씨를 닮아갔다. 어느날 보니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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