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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록달록 Mar 20. 2023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20230320


이 동네의 좋은 점은 자정이 넘어서도 배달이 되는 음식점이 많다는 것. 못 먹는 메뉴는 있어도 못 시킬 메뉴는 없다. 실제로 배달 플랫폼인 ‘배민’의 전국 매출 중 상위 2위를 차지한 곳이 바로 천안이라고. 당연히 1위는 서울권인데, 절대적 순위 기준에 반영되지 않은 인구밀집도와 물가 차이를 감안한다면 이곳이 1위라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배달 음식에 진심인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안은 유독 타지, 심지어는 타국에서 건너온 여러 사람이 다양한 직업을 위해 모여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지역이라 아마 그런 조건들이 맞지 않았나 싶다. 이런 지역에서 음식점 업종끼리의 경쟁은 정말이지 전쟁이나 다름없다. 밤에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인구가 많은 지역이기에 수요가 보장된 그 시간까지의 공급을 위해 자영업자는 24시간을 죽어난다. 24시간을 직접 몸으로 때울 수는 없으니 그만큼 인건비가 더 나가는 거니까. 한 달 사이에도 수많은 식당이 문을 닫고, 또 새로 문을 연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업종은 달라도, 당신들의 편의를 위해 매일 달이 떠 있는 시간에 출근한다. 가게 위치가 원룸 상권이라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수없이 오며 가는데, 일 중간에 음료수나 담배 따위를 사러 편의점에 들르는 라이더들을 응대하다 보면 말은 않아도 서로 전우애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해서 라이더분들에게만큼은 현금 교환도 군말 없이 해 준다(배달시 현금 결제를 하거나 추가 배달료를 따로 주고받는 일들 때문에 현금이 항상 필요하단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시간에 뛰는 라이더들은 항상 매너도 배려도 좋고 ‘수고하세요’, ‘고생하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오늘 새벽엔 오랫만에 맥모닝이 먹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맥도날드가 어플 주문을 닫아놔서 고민하다가 배민을 켰다. 그나마 공통분모인 것 같은 [에그드랍]으로 결정. 새벽엔 배달료가 비싸니까 아꼈던 쿠폰과 포인트를 잔뜩 써서 음료와 함께 시켰다. 예상 시간보다도 빨리 도착한 식사의 주문서에 귀여운 메모가 적혀있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요청사항에 남긴 ‘잘 먹겠습니다’에 하트를 그린 후 ‘화이튕!!’이라는 발랄한 답장. 배달지가 편의점인 것을 확인하고 그분도 모종의 전우애가 느껴졌나 보다. 찌찌뽕.



모두가 자는 시간에도 피곤함을 이겨내고 내가 먹을 토스트를 맛있게 만들어 주셔서, 그리고 빨리 달려 셨음에도 다치지 않고 안전히 나의 식사를 따듯하게 가져다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덕분에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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