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그를, 만났다.
사랑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라는 걸 생각했어야 했다.
숱한 사랑과 이별의 경계를 넘어 다니면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이 나라는 걸 한 번쯤은 떠올렸어야 했다.
*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듣고
그 고운 얼굴을 만지고
그 까만 눈을 보면,
그를 분명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끝은 정해져 있다, 위험하고 슬프고 아프기만 한.
*
사랑을 열망하면서도,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이번만은,
차라리 사랑이 아니기를...
그래서,
너무 많이 홀로 울지 않기를.
이 밤 지나고 그대를 보내드려도,
기어이 가시는 그 뒷모습을 홀로 새겨야 하는 날이 오더라도.
너무 오래 그 기억에 갇혀 슬퍼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