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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Jul 30. 2016

잊었습니다,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죽을 정도로 아픈 건 아닙니다.


'..다만, ..가진 시간들이 날카로워서,' 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저 생각이 나는 것일 뿐.


곪던 상처는 어느새 나아가고 있더군요.


치명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정전기가 일어날 때처럼 따끔거리는 것일 뿐.


더운 여름 어느 날

이마 위에 땀띠가 생긴다거나,

추운 겨울 어느 때

네번째 발가락 끝에 동상이 앉은 것처럼,

거슬리고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일 뿐.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느냐 하면.

왜 그러느냐 하면...


이마나 발끝에 자리한 그것들처럼,

당신 때문이라기보다는.


나 혼자 사는 여름이 깊고 겨울이 험해서.


비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불어오거나,

음악을 듣거나, 거리를 걸을 때,

..들리는 발소리가 내 것 뿐이어서.


나는,

당신을 잊었으나

계절과 지난 시간들과 내 일기장의 글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래서입니다.


나는, 당신을 잊었습니다.


..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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