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죽을 정도로 아픈 건 아닙니다.
'..다만, ..가진 시간들이 날카로워서,' 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저 생각이 나는 것일 뿐.
곪던 상처는 어느새 나아가고 있더군요.
치명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정전기가 일어날 때처럼 따끔거리는 것일 뿐.
더운 여름 어느 날
이마 위에 땀띠가 생긴다거나,
추운 겨울 어느 때
네번째 발가락 끝에 동상이 앉은 것처럼,
거슬리고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일 뿐.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느냐 하면.
왜 그러느냐 하면...
이마나 발끝에 자리한 그것들처럼,
당신 때문이라기보다는.
나 혼자 사는 여름이 깊고 겨울이 험해서.
비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불어오거나,
음악을 듣거나, 거리를 걸을 때,
..들리는 발소리가 내 것 뿐이어서.
나는,
당신을 잊었으나
계절과 지난 시간들과 내 일기장의 글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래서입니다.
나는, 당신을 잊었습니다.
..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