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추억하며.

by 해와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어린시절에 보석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1.

놀이공원에서 아빠가 무등을 태워준 일.

거의 유일한 아빠와의 기억이다.

귀신의집이었는데 나를 귀신에게 가까이 가게 할려고 해서

내가 놀래서 으앙하고 울어버렸는데,

아빠가 장난스레 웃은 모습이, 그 진동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난 놀래고 무서워서 기억에 남았겠지만

기분좋은 장난기 있던 아빠의 그 모습이 남은게

참 감사하다.



2.

아빠는 섬세한 사람이었던거 같다.

엄마는 자주 집을 나갔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찾으러 다녔다.

그날도 그랬던거 같다.

은색? 흰색? 승용차에서 아빠가 내렸고

우린 밥을 먹으러 갔다.

난 어린이 정식인 돈까스인지 함박스테이크인지를 먹는데

무슨 장식용풀떼기가 있었는데,

그 험악한 분위기에 눈치를 보느라 그거까지 다 먹으려고 했다.

“그거까진 다 안먹어도 돼.” 라고 아빤 말해줬다.


어린 나이에 지금 그때 느낀 감정을 해석해보면 감동먹었던거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빤 그런 나를 다 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3.

이건 직접적인 기억은 아니고 내 간접적인 추측이다.

어린 시절 사진이 많지는 않지만,

사진 속에 나는 항상 웃고 있다.

사진 속에 포즈도 잘 잡고 있고… 카메라를 잘 응시하고 있다.

그걸 보면, 아빤 사진 찍고싶을 정도로 나를 애정했고,

나도 아빠에게 사진 찍히는게 익숙했다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가장 귀여운 사진은 내가 책을 보면서 코닦는 ㅋㅋㅋ 사진이다

무의식적인 그 모습이 내가 봐도 웃기고 귀여운데

아빤 어땠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4 이것도 간접적.

밤에 화장실 실수를 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빠한테 혼날까봐 무서웠다는 거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건 훈육은 아빠가 담당했다는 것.



5 아빠의 유품 다이어리.

거기엔 우리가족의 생일이 적혀있고,

가계부가 꼬박 적혀있다.

아빠의 필체가 적인 다이어리. 참 소중하다.

꼼꼼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6 마지막 모습은 별로 쓰고싶지 않다

글로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아프기에.




살아 생전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렇게 2가지 모습밖에는 없다.

어린시절 기억이 안나는 것은 참 속상하고 아픈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행복했던 것은 아동기 시절이었던거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추측해 볼 수 있는건,


1 아빤 섬세한 사람이었다

2 장난기도 있는 사람이었다

3 사진 찍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즐겨했는지는 모르겠다)

4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 시대의 남자가 그렇게 다이어리를 꼼꼼히 쓰기가 쉽지가않다;)



엄마에게나 , 친척들에게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건 별로 없어서

이렇게 혼자서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아빠, 외로워하지마요.

세상 사람 다 잊었어도,

어렸던 자식은 이렇게 기억해.



글로 되새겨.

기억으로 되새겨.




한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는건 이런걸거야.

태어나 죽는다는게 덧없다는건 거짓말이야.

이렇게 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잖아.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한,

또 죽어 있어도.


다 소중한 존재인걸거야.



(결론이 왜 인류애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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