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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이 아닌, 듣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되자

청중의 집중력을 사로잡는 핵심 원칙

많은 사람들이 스피치를 잘하려면 화려한 말솜씨나 세련된 제스처, 당당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겉모습이 아니다. 좋은 스피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청중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지,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최고의 스피치로 꼽히는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 연설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도 그의 웅장한 몸짓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사용한 강력한 언어 덕분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왜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려면, 그 주제가 자신의 삶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대학생 시절, 나는 교양 과목으로 <현대사회와 회계>를 들었는데, 모든 학생들이 한 기업을 선정해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을 발표해야 했다. 주제 자체가 딱딱한 데다, 스크린을 보기 위해 강의실 불까지 끄고 진행하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발표를 시작했다.

"여러분, 혹시 자취하시나요? 저는 자취하고 있는데요. 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다 보니까, 이 기업은 저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더라고요. 이 기업을 보면서 ‘아, 이런 데 돈을 쓰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발표 중간중간 이 회사가 어디에 잘못 투자했는지 말씀드리면서, 여러분들의 살림살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보겠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정보 전달 성격이 강한 발표라 하더라도 청중에게 ‘왜 들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시작하면 청중은 ‘이 발표가 내 삶과 관련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스피치는 쉽게 전달되어야 한다. 어려운 개념일수록 더 간단한 언어로 풀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아무리 복잡한 개념도 6살짜리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듣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야 한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이론보다는,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사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몰입이 생긴다.


지난주 토요일, 나는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 리더십 마스터 클래스에서 <나도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는 의미) 될 수 있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나는 될놈될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그리고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학생들을 자극하고자 말했다.


"얼마 전에 '딱 하루 부팀장을 체험하는 일일부팀장' 공지가 있었죠. 이건 부팀장으로 승진하는 것도 아니고 딱 하루 체험하는 것인데도 부담스러워서 도전하지 않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면접에서는 ‘제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 청중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강의 내용이 자신의 현실과 연결된다고 느낀다. 스피치는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피치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청중과의 상호작용이다. 예를 들면, 발표 중 누군가 졸고 있는 것이 보인다면, 잠시 말을 멈춰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청중은 ‘왜 갑자기 멈췄지?’ 하고 발표자를 바라보게 되고, 그 순간 씩 웃으며 발표를 다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집중도가 올라간다.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청중을 다시 스피치의 흐름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중요하다.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는 청중이 쉽게 지친다. 적절한 유머와 따뜻한 미소는 발표자의 아주 강력한 도구다. 사람들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더 오래 집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피치는 말하는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과정이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이 결국 청중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청중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스피치가 힘을 가지는 순간은, 발표자가 말할 때가 아니라, 청중이 스스로 ‘맞아, 이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스피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사진: Unsplash의 Miguel Henri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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