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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없이는 교정이 어렵다

많은 리더들이 하는 착각 =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취미 생활로 성악을 배운 지 1년 반 정도 되어간다. 나를 포함한 열댓 명 학생들의 발성을 봐주시며 선생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발성의 스승은 거울이라는 것이다. 거울로 자기 입모양을 보며 교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나는 입 많이 벌렸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입이 벌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선생님의 말씀처럼, 보면대에 거울을 올려두고 내 입모양을 보며 한동안 발성 연습을 했더니 이전보다 훨씬 발성이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또한 거울의 힘은 운동에도 적용된다. 나는 필라테스와 수영을 운동삼아 하고 있는데, 필라테스의 경우 거울을 보며 내 자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강사님이 내 동작에서 어떤 점을 문제 삼는지 잘 이해할 수 있어 빨리 교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수영은 특별한 장소를 가지 않는 이상 거울이나 영상으로 내 자세를 확인할 수 없고 강사나 타인의 코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자세 교정이 생각만큼 빨리 되지 않는 편이다.


즉, 거울을 보며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교정과 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객관화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리가 모든 자기 계발에 적용이 된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어떤 이가 자신은 강의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강의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졸거나 딴짓을 한다면? 그건 과연 강의를 잘한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강사 입장에서는 청중들의 반응도 하나의 거울이다. 그 순간 '점심 먹고 나서 졸린가 보다, 시험기간이라서 졸린가 보다.'라며 합리화하지 말고, 대다수의 청중들이 그와 눈 맞추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 '내 강의가 지루하구나. 내가 부족하구나'라고 깨달아야 한다. 그는 자신이 강의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잘 못하는 것이다. 이런 객관적인 깨달음이 있어야 노력한다. 그래야 발전한다. 이렇게 얻게 된 강의력은 향후 그 자신에게 무기가 된다. 그는 탁월한 강의로 청중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며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먹여 살리는 풍성한 경제로 이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거울의 힘은 리더십에도 적용이 된다. 자신의 리더십을 거울에 비춰보는 시간이 있어야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자기 리더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자신의 문제점이 빨리 교정되며 훨씬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발전만큼 그 리더가 속한 조직은 성공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자기 객관화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 시간은 리더 자신이 의식적으로 가지려고 해야 된다. 리더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거울을 꺼내어 쳐다봐야 한다.


내가 리더로서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된 경험을 떠올리며 크게 두 가지 방법을 말해본다. 먼저, 주변 사람을 통해서 자기 리더십에 대한 객관화가 가능하다. 나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멘토와 코치, 협력자들, 특히 나의 가족들이 건설적인 조언을 해줄 때가 그 기회다. 그 조언들을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다면 그는 성장할 수 있다. 죽을 때까지 그 자세를 견지한다면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후일에는 필히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리더로 존망 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조언을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만약 상대방이 공격적인 의도 없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었음에도 오히려 화를 내고 상대방을 괘씸하게 생각하면, 이후로는 아무도 그에게 조언을 건네지 않을 것이다. 혹은 피드백을 듣자마자 상대방 또는 제삼자, 환경 탓으로 돌리며 변명하고 회피해도 마찬가지다. 그때부터 리더로서의 성장은 끝난다. 리더 개인의 정체에 그치지 않고 조직에 해를 끼친다. 리더와의 긴밀한 소통이 되지 않기에 구성원들은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며 결국 이탈하게 된다.


다음, 기록을 통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 기록에는 두 가지가 있다. 구성원들이 남겨준 기록과 내가 스스로 남기는 기록이다. 내가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를 운영할 때 놓치치 않는 것이 리뷰다. 매 기수마다 구성원 개개인의 프로젝트, 교육, 멘토링, 국 활동 등에 대한 만족도를 체크하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팀장들에게는 내가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구성원들이 남긴 블로그 리뷰도 모두 읽어본다.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기록된 그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최종적으로는 국을 운영하는 실무진 국장들과 리뷰하고 브레인스토밍하며 다음 기수 시스템을 다듬는다. 완벽한 시스템이 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과 환경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내가 스스로 남기는 기록도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며 나의 리더십에 대해 돌이켜보며 반성도 되고 생각이 정리되며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 글을 써도 좋고 리더십의 평가 항목에 비추어 스스로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 내 경우에는 존맥스웰의 '리더십 불변의 법칙' 부록에 있는 진단표를 보며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며 다양한 리더십 서적, 내면의 정서들을 다루는 책들을 읽으며 고민되는 부분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도 한다. 또한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 책에 있는 회복탄력성 검사를 해보며 내면의 건강을 점검해보기도 한다. (리더의 정서가 건강해야 구성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열정적이고 확신 있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객관화의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리더 자신이 자기 객관화의 필요성을 아는 것이다. 리더가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착각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리더로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더 이상 발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리더를 둔 조직은 참으로 불행하다.


따라서 모든 리더들은 '내가 날 잘 모를 수 있어'라는 전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부분을 못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선 강사 사례처럼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나 자신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피드백을 건넸을 때 그것을 수용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그 여유만큼 그는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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