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내 시간은 없다

인생의 변수를 품고 살아가는 지혜

우리는 종종 '나만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싶어 한다. 일정이 빽빽할수록 더욱 그렇다.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완벽하게 진행되어야만 마음이 놓이고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삶은 우리의 계획과 상관없이 늘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로 가득하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시간과 날짜 단위로 세밀하게 공부 계획을 세우곤 했다. 어떤 과목을 언제, 얼마나 공부할지까지 철저히 정해놓고 지켰다. 그런데 이렇게 완벽히 세워둔 계획을 방해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부모님이 갑자기 외식을 제안하거나 친척이 예고 없이 방문하면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내 계획에 스스로 매여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사업을 운영하며 두 아이를 육아하는 지금,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로 가득하다. 고객사의 배송 문제로 급히 대응해야 할 때도 있고, 아이들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하루의 계획이 자주 바뀌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겪으며, 결혼 전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중심으로 내 시간을 절대적으로 여겼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결혼 이후 나는 배우자와 자녀, 배우자의 가족과 함께하며 나뿐 아니라 타인을 돌보는 삶을 살게 되었다. 업무에서도 다양한 고객사의 온라인 마케팅을 맡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렇듯 삶의 변수는 더욱 많아졌지만, 이런 순간마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고 자연스레 사고방식도 바뀌었다.

나는 이제 '나만의 시간'이라는 개념보다는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허락된 시간이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더 관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시간 앞에서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으며,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갖도록 이끌었다.

삶에는 늘 변수가 있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연락, 가족의 부탁, 긴급한 업무 요청 등 우리는 언제든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마주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수를 부정적인 방해로 여기지 않고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때로는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삶은 끊임없는 변화와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흘러간다. 절대적인 나만의 시간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변수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계획이 방해받았다고 생각하기 전에, 그 변수가 나에게 어떤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을지 한 번쯤 돌아보자. 어쩌면 그 순간이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의 Bruno Figueire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