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을 묵혀두는 것이 아니라 털어내는 방법
누구나 살면서 억울하고, 화나고, 서운하고, 허탈한 순간들을 겪는다. 문제는 그 감정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 그걸 애써 모른 척하거나 참고 넘기려 한다. ‘이 정도는 그냥 지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쌓아두지만,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며 무의식 속에 머물다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터진다.
사소한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평소보다 쉽게 짜증이 나고, 사람 만나기가 부담스러워지는 일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기만 했을 뿐 해결되지 않았을 때 벌어진다. 감정을 감추는 건 일시적인 회피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먼저 그 감정을 밖으로 꺼내어 건강하게 풀어야 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장소,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판단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공간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일기장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산책길, 차 안, 혹은 조용한 방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화를 통해 감정을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해보는 것이 혹시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까 걱정된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글로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꼭 일기 형식일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메모장, 종이 노트, 또는 나에게 카톡을 보내는 방식도 괜찮다. 중요한 건 감정을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밖으로 꺼내보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는 순간, 막연했던 감정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감정과 생각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권하고 싶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도 스스로에게 써보자. “충분히 애썼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지금 이런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한 거야” 같은 말들을 말이다. 누군가에게서 위로받는 것도 좋지만, 나 스스로 나를 위로하는 것도 감정을 흘려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는 그 힘을 준 것이 바로 ‘기도’였다. 답답함, 억울함, 분노, 서운함, 절망감, 허탈함, 불안 등 온갖 감정으로 속이 미어질 때, 나는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그 감정들을 쏟아냈다. 매주 있었던 기도회 시간은 나에게 감정을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말로 다 하지 못했던 감정을 눈물과 함께 쏟아내면서, 나는 스스로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기도한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감정을 꺼내어 정돈하고 나면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감정을 털어낸다는 건 단지 감정적이 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감정을 적절히 꺼내고 다루는 사람일수록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감정을 그대로 쌓아두면 결국 감정이 나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 어느 순간엔 내가 감정의 주인이 아니라 감정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되어 있다.
지금 삶이 자꾸만 버겁고, 사소한 일에도 반응이 크다면 그것은 감정이 많아서가 아니라 풀지 못해서일 수 있다. 감정을 참는 걸 멈추고, 털어내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감정을 글로 써보거나,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질 수 있다. 감정을 정리하는 일은 삶을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먼저 그 감정들을 꺼내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게 결국 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