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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계속하고 싶어서

조용한 열정은 오래간다

일주일에 한 번, 성악 수업을 들은 지 어느덧 2년 반이 되어간다.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이겠지만, 나에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준 시간이었다.


처음 시작은 성가대였다. 성가대를 하며 자연스레 발성 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때마침 친정엄마가 시니어 합창단에서 무대에 서며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아이들이 다 자라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 두 가지 마음이 성악을 배우기로 결심하게 만든 시작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목을 자주 쓰다 보니, 목 상태가 늘 좋지 않았고, 바쁜 일상이 주는 피로감은 항상 쌓여 있었다. 나는 갑상선 우측 절제술을 받은 이력이 있는데, 피곤하면 가장 먼저 목이 아픈 체질이다. 그래서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목에 쇳소리가 나거나, 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 성장을 하려는 듯하다가도, 금세 컨디션 난조로 결실을 맺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지금도 목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어김없이 까슬까슬한 소리를 품고 수업에 참여한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성악이라는 루틴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성가대 활동을 하며 그 변화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예전엔 억지로 고음을 내다보면 목에 무리가 가고 긴장되곤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는 법을 배운 덕분에 고음도 훨씬 편안하게 올라간다. 성악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성가대에서 직접 활용해 보며 그 효과를 몸으로 체감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작은 순간들이, 내겐 커다란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물론 지금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 마음가짐이 오늘 노래를 망쳤더라도 다시 수업에 나가게 만들고,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과정조차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앞으로도 얼마나 실력이 늘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조용한 열정을 오래 지켜가고 싶다.

"10년은 해봐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10년쯤 지나면, 지금보다 더 단단한 나의 소리를 갖게 되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묵묵히, 기쁘게.


grzegorz-rakowski-M8d1AxaUQ90-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Grzegorz Rak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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