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잘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감정이 아닌 ‘해석의 방식’으로서의 감사
운동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분이 텀블러를 떨어뜨렸는데, 그것이 발가락을 강하게 내리쳤다. 무게감 있는 스테인리스 제품이라 충격도 컸고, 이내 엄지발가락에 피가 고이는 것이 보였다. 잠시 뒤, 그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감사하네요. 더 크게 안 다쳐서요. 차라리 제가 다쳐서 다행이에요. 다른 분이 다쳤다면 더 마음이 불편했을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순간 멈춰 섰다. 부정적인 말들을 뱉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감사의 말을 꺼내는 것을 보며,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우리는 흔히 감사라는 태도를 좋은 성격이나 신앙심이 깊은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감사는 선천적인 기질이라기보다 후천적인 태도이며, 충분히 훈련 가능한 것이다. 즉, 감사는 상황이 주는 감정이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감사는 많이 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자주 표현해도 관계가 더 유연해지고, 개인의 감정 상태도 안정된다. 과식은 몸에 해롭고, 과한 말은 오해를 부르지만, 감사는 자주 해도 해로울 것이 없다. 그만큼 감사는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흘려보낼 수 있는 안전한 정서이며, 의식적으로 반복할수록 더 큰 정서적 순환을 만든다.
감사를 훈련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약간의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가령, 지금 당면한 상황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런 비교는 현재 상태 안에서 감사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실질적인 훈련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최악을 가정해 보면 지금의 조건이 그렇게 나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또한 지금의 문제를 단순히 불편한 사건으로 여기기보다는, 이 일을 해결하고 난 이후의 나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 상황은 힘들 수 있지만, 그것을 통과한 뒤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를 떠올려 보면 문제 해결 이후에 얻게 될 내적 변화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감사는 현재의 결과에만 반응하는 감정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을 미리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하다.
감사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충분히 훈련될 수 있다. 지나쳐도 해가 없고, 넘칠수록 관계를 살리는 드문 감정이다. 그러므로 감사를 일상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감정 관리나 인간관계의 측면에서도 매우 실용적이고 탁월한 선택이다.
물론 감사를 방해하는 마음의 작용도 분명히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다. 첫째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마음과 그로 인한 교만함이다. 이런 태도는 타인의 배려나 도움, 섬김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고, 감사를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나는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쌓이면, 감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연스럽게 넘겨버리게 된다. 감사는 누군가의 선의를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시작되는데, 교만은 그것을 가로막는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속에 분이 많다.
둘째는 ‘내 일이 꼭 잘 풀려야 한다’는 강한 기대감이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작은 변수에도 쉽게 실망하거나 불만을 느끼게 만든다. 작은 변수에도 예민해지고 쉽게 화가 나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은 잘 되어야 해.', '내 팀은 잘 되어야 돼.' 등 이러한 근거 없는 기대감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부정하게 만들고, 감사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감사는 내가 바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예상과 다른 상황 속에서도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감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스스로 그 능력을 훈련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점점 삶의 긍정적인 면을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오늘 하루, 감사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만 떠올려보자. 그 작은 실천이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해석의 틀을, 그리고 삶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씩 바꾸어 갈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Logan V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