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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성장'에 숨겨진 비밀

직선으로 보이지만, 확대해 보면 흔들림과 후퇴의 곡선으로 가득하다.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없는 시기, 이전보다 더 부족해 보이는 순간. 그럴 때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한다. "나는 제자리야.", "아니, 오히려 후퇴 중이야."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계단식 성장 그래프'를 떠올려 보자. 정체된 듯 보이는 시기와 어느 날 갑자기 껑충 뛰어오르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모습. 하지만 그 그래프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일직선처럼 보이는 정체 구간조차도 수많은 곡선의 연속이다. 미세한 흔들림, 후퇴처럼 보이는 하강 구간, 그리고 낙심의 흔적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다음 계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 곡선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했다', '실패했다'를 몇 번의 시도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곡선은 무수히 많고, 바로 그 축적된 곡선들이 모여 나중에 일직선처럼 보이는 성장의 궤적을 만들어낸다. 즉, 한두 번의 경험만으로 성장의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진짜 성장은 수많은 시도, 실패, 재도전, 실험과 복기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곡선들이 결국 하나의 계단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바로 축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X축이 시간이라면, Y축은 '목표'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목표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방향이 자꾸 틀어지면 곡선은 연결되지 못하고, 성장 그래프는 끊겨버린다. 반면, 목표가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사람에게는 비록 시행착오가 있어도 그것이 하나의 곡선으로 연결되어 결국 '계단'을 만든다.


코로나 이전,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여러 팀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목표 금액을 달성해야만 실제 펀딩이 집행되는 구조였다. 그때 한 대학생 팀장이 떠오른다. 성실하고 추진력도 뛰어났던 그는 팀원과 부팀장 시절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리더들 사이에서 높은 기대를 받았다. 첫 번째 팀장 임기에서도 펀딩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 번째 팀장 임기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전체 6개 팀 중 유일하게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했고, 팀의 분위기도 와해되어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깊은 자책에 빠졌다.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죄책감, 자신의 한계를 마주한 부끄러움. 이전 기수에서 축적한 인사이트를 충분히 녹여냈고, 팀장으로서도 솔선수범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퇴보한 결과 앞에 그는 낙담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실패라기보다 그가 리더로서 성장곡선을 이루는 수많은 시도 중 하나였다. 그는 꾸준히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해 왔고, 그 경험 하나하나가 모두 리더십이라는 같은 Y축 위에 놓인 곡선이었다. 결코 방향이 바뀐 적은 없었다. 실패는 있었지만, 흔들림 없이 리더십이라는 좌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의 신뢰와 독려를 받으며 세 번째 팀장을 다시 맡았고, 그 팀에서는 펀딩 목표액을 200% 넘게 초과 달성했다. 팀원 전원이 부팀장으로 승진하는 등,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후 1년여 동안 그는 팀장으로 계속 일하며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영업 MD, 마케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그는 한두 번의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고 복기하며 자신만의 성장 곡선을 만들어갔다.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많은 곡선이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목표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을 배우고 실천하며, 그것을 중심축 삼아 모든 경험을 연결해 왔기에 실패조차 끊어진 조각이 아닌, 의미 있는 곡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물러섰던 시간, 그게 진짜 도약 준비였어요." 그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약점을 정직하게 마주했던 그 시간 덕분에, 그는 훨씬 더 균형 잡히고 성숙해졌다. 현재 그는 회사에서 인사 고과 1등을 여러 차례 받은 끝에 업계 1위 기업으로 이직하여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한대협에서 리더십을 훈련하며 후배들을 돕고 있다.


기억하자. 점프하기 전엔 반드시 무릎을 굽혀야 한다. 도약을 위해선 잠시 뒤로 밀려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니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그 시간은 단지 '정체기'도, '슬럼프'도 아니다. 다음 성장을 위한 내공을 축적하는 시간, 더 강한 나 자신이 되어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불안이 아니라 '준비'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진짜로 멀리,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후퇴'는, 어쩌면 가장 위대한 도약을 준비하는 순간일지 모른다.

그러니 잊지 말자.

"뒤로 밀려야, 멀리 뛸 수 있다."

사진: Unsplash의 Kristina F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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