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함은 시행착오 위에 세워진다 (feat. 시행착오를 줄이는 법)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 혹은 타고난 재능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든 사람을 우리는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 확신이 없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온 사람, 그저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더 깊은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나의 리더십 여정은 겉으로 보기엔 단단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수많은 흔들림과 좌절 위에 세워졌다. ‘리더십마스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나는 지난 20여 년간 리더십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왔다. 멋지게 포장된 성공담보다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했던 시간, 쏟아부은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던 경험들, 지쳐 무릎 꿇고 싶었던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 초창기에는 ‘사람을 모으는 것’ 자체가 늘 숙제였다. 황용규 지도교수님의 유명 강의를 활용한 공개 세미나를 기획해보기도 하고, 실제 회사처럼 마케팅·인사·기획 부서를 구성해서 조직의 구조를 갖춰보기도 했다. 또 방학마다 집중 스피치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기도 하고 재미를 추구한 게임형 프로젝트, 자기 계발 콘셉트의 프로그램, 취업 준비에 맞춘 실전형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보았다. 그야말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매번 새롭게 기획하고, 반응을 살피고, 다시 수정하고, 어느 때는 실패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수많은 실험과 수정 끝에 지금의 체계가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는 팀워크와 실무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는 프로젝트로 ‘기마영 프로젝트(기획·마케팅·영업 직무 경험)’를 비롯해, 인스타마케팅, 유튜브, 인사 트레이닝, 기부펀딩 프로젝트까지 확장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운영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한대협은 어떤 학교나 기관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조직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회원을 유치해야 했고, 그 회원들을 교육하고 이끌 리더를 다시 세워야 했다. 실무진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나는 그 안에서 처음으로 실무 역할을 감당한 사람으로 시작했다. 대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한대협이라는 조직에서, 장기적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유지할 책임을 가진 실무진이 처음 등장한 사례가 바로 나였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학생들만으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생겼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매주 주말마다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하고, 평일에도 온라인을 통해 대학생들을 관리하며, 사람을 채우고 지키고 성장시키는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는 리더를 한 명 세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함께 시작한 사람들이 중간에 떠나는 일은 흔했고, 고된 일정에 지쳐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그렇게 한 사람을 남기기 위해 수백 명을 보내야 했다. 실무진 10여 명이 생기기까지는 6년이 걸렸고, 지금의 40여 명의 실무진이 정착되기까지는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분명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내게 조직 운영이나 HR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피드백을 주는 코치가 있었다면, 시행착오의 폭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삶의 태도를 교정해 주고 비전을 제시해 주시는 멘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세밀하게 조언해 줄 코치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많은 결정은 직접 실험해 보며 얻은 결과였다. 요즘 한대협의 대학생들에게는 취업, 진로, 삶 전반을 조언해 주는 멘토뿐 아니라 실무적인 피드백을 바로 제공해 주는 코치까지 함께하고 있다. 가끔은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내가 조직 운영과 관련된 경험을 더 일찍 글로 정리하고 공유하며 ‘자기 객관화’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 더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록은 성찰의 가속페달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의미를 뒤늦게 깨닫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것이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결국, 한 조직을 세우는 데 필요한 건 탁월한 전략이나 화려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견디며 기준을 세우는 힘이었다. 언제는 참 잘 되는 것 같다가도, 어떤 시기에는 왜 이렇게 힘든 일만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틀렸나, 이 길이 맞긴 한 건가, 수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돌아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텨낸 덕분에 나는 배웠다. 어떤 기준을 붙들어야 할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어떤 말은 삼켜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리더가 앞장서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조직을 운영하며 생긴 인사이트는 단지 일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 자신을 다루는 방법이었다. 타인을 이해하는 감각, 나를 객관화하는 눈, 그리고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준을 고수하는 힘이 거기서 만들어졌다.
이제는 그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내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삶을 바라보는 틀이 교정됐어요”, “부모님도 꺾지 못하던 고집을 제가 스스로 꺾었어요”라는 피드백을 남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사람은 완벽해서 영감을 주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을 통과해 살아낸 흔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나는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여전히 판단을 망설이고, 어떤 날은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두렵진 않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시행착오 끝에 결국 단단한 한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그 단단함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울림이 되고, 아주 작은 용기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