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내용보다 말의 상대를 먼저 따져야 하는 이유
"말을 조심하라." 조직에서든 일상에서든, 사람 사이에서 이 말만큼 자주 듣는 충고도 드물다. 나 역시 리더로 살아오며 이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 그리고 살아갈수록 더 절실히 느끼는 건, '말을 조심하는 것'만큼이나 '누구 앞에서 말을 아껴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은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말의 의미는 결국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결정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유념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가장 먼저 조심해야 할 유형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다. 이들에게는 "이건 비밀이에요"라는 말도 소용없다. 오히려 그 말이 "더 빨리 퍼뜨리세요"라는 신호처럼 작용한다. 이들에게 비밀은 누군가의 아픔이나 약점이 아닌,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이다. 예전에 한 대학생 리더가, 한 팀원이 수치스러워하며 숨기고 싶어 했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너만 알고 있어'라며 몇몇 사람에게 퍼뜨렸던 일이 있었다. 결국 팀원은 큰 상처를 받고 활동을 중단했고, 해당 리더는 신뢰를 잃은 채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의 말이 두 사람의 활동을 동시에 무너뜨린 셈이다.
또 조심해야 할 유형은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쉽게 전가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빠져나갈 방법부터 찾는다. 책임 회피가 습관처럼 몸에 밴 이들 앞에서는 리더로서도 조언을 망설이게 된다. 왜냐하면 조언을 따른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을 때, 문제를 자기 안에서 성찰하기보다 조언한 사람을 탓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는 구체적인 조언보다 선택권을 명확히 남기는 질문형 접근이 더 적절하다. 예를 들어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최종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여지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꼭 말해야 할 사안은 회의록, 보고서 등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갖는 것이 서로를 위해 안전하다. 특히 조직 내 의사결정은 향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타인을 자주 비난하고 험담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불만을 공유하며 동조자를 만들고, 어느 순간 상대의 공감까지 '같은 편'으로 포장해 전달한다. "그 사람도 그렇게 말했어요"는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문장이다. 당신이 무심코 나눈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갈등을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나는 원하지 않은 분쟁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그 순간, 불필요한 해명을 반복하거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유형은, 이전에 내 말을 곡해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내 말을 오해하거나 의도와 다르게 전달한 적이 있다면, 이후에는 말을 아끼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사람은 당신의 말이 어떤 마음에서 나왔는지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활동하다 보면, 피드백을 줘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하위 리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행동을 바로잡도록 돕는 일은 조직을 위한 책임이자 의무다. 나 역시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점잖고 이성적으로 피드백을 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것을 개선의 기회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며 오히려 뒤에서 나를 험담했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단 하나였다. 이런 유형의 사람에겐 더 이상의 피드백은 의미 없다는 것. 나는 점점 그들과 업무적으로 얽히지 않도록 거리를 뒀고, 가벼운 관계로 남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처럼 곡해의 이력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말보다 태도와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낫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자. 가능하다면 대화 내용을 문서화하거나, 적어도 메시지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우리는 말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말로 인해 신뢰를 잃기도 한다. 진짜 어른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사람이다. 말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의 태도, 말의 선택, 말의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언제나 '누구 앞에서 말했는가'에 달려 있다.
오늘도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이 말은, 이 사람 앞에서 해도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