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다'는 말이 판단력을 흐리는 3가지 순간
경험은 분명 강력한 자산이다. 같은 상황에서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경험이 많아'라는 생각이 오히려 내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경험이 자만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함정에 빠진다. 이 글을 통해 '경험의 함정'에 빠진 모습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경계하는 마음을 다시 붙잡고자 한다.
흔히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판단하게 도와주지만, 모든 상황마다 다른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신뢰하면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게 되고, 결국 과거에 갇혀 성장을 멈추게 된다.
첫째, 경험을 과신하면 전혀 다른 상황인데도 과거의 경험대로 판단하고 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유사한 상황을 보면 "이건 내가 이미 겪은 일이야"라고 단정 짓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보기만 비슷할 뿐, 맥락과 조건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 대학생 팀장이 과거 기획한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었던 적이 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다음 기수에서도 거의 동일한 구성과 전략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러나 팀원 구성도 달라졌고, 홍보 채널의 알고리즘도 이미 바뀐 상태였다. 그는 기존 방식에만 의존해 충분한 사전조사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고 말았다. "이번에도 똑같겠지"라는 생각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둘째, 자신의 판단력과 능력을 과신하면서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다. 경험이 쌓일수록 실패의 원인을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실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된다. 예전에 한 공연장에서 여러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본 적이 있다. 흥미로웠던 건, 신인 가수들의 라이브가 훨씬 안정적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베테랑 가수들은 댄스도 대충 하고, 음이탈도 잦았으며, 고음 구간에서는 관중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아마도 오랜 경험에 대한 안일함이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과거에 잘했던 기억에 기대어 지금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셋째, 타인의 조언과 다른 관점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우다. "내가 해봤으니까, 내가 더 잘 알지"라는 태도는 타인의 의견을 가볍게 여기게 만들고, 결국 자기 판단의 틀 안에만 머무르게 만든다. 특히 팀이나 조직에서 이런 태도는 소통의 단절과 신뢰의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오랫동안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운영하다가 B2B 쇼핑몰을 새로 시작한 한 사장님과 일한 적이 있었다. 경쟁 쇼핑몰과 비교했을 때의 문제점, 장기적인 해결 방향, 단계별 마케팅 전략까지 구체적으로 제안드렸지만, 그분은 "그건 안 통해. 우리는 우리 방식이 맞아"라고 여러 차례 일축했다. 그 결과, 쇼핑몰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조용해졌고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경험이 새로운 가능성을 가로막은 셈이다.
경험은 분명 자산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 위에 쌓인 교만'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늘 "이번에도 내 경험이 통할까?"를 의심하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정을 열어두며,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배울 점이 있다"는 겸손함을 지킬 때, 비로소 경험은 진짜 힘이 된다. 경험이 무기가 되려면, 그 경험을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