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감정, 관계를 다루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
"사회는 학교와 다르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에는, 막연한 경고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는 대부분 가정과 학교라는 비교적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란다. 그곳은 일명 '그냥 생활'의 영역이다. '그냥 생활'은 내 감정이 우선될 수 있고, 싫은 일은 피하거나 조율이 가능하며, 불편한 사람과는 일정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이다. 내가 느리든 예민하든, 주변이 그것을 존중해 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회생활은 한마디로 '해야 하는 일'이 중심이 되는 삶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감정과 상관없이 해내야 한다. 하고 싶지 않아도 마감은 맞춰야 하고, 몸이 힘들어도 약속한 결과는 내야 한다. 누군가 "힘들면 좀 쉬어"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래도 마감은 지켜야지"라고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환경, 그것이 사회다. 이때부터 일의 의미, 나의 감정, 나의 페이스는 후순위로 밀린다.
또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사람이다. 학교에서는 대체로 나와 잘 맞는 사람들 중심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친한 사람과 팀플을 하고, 불편한 사람은 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은 다르다. 불편한 사람과도 반드시 함께 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말은 많은데 책임은 지지 않는 동료, 본인의 실수는 덮고 남의 실수만 지적하는 상사, 무능하지만 목소리만 큰 후배 등과 한 팀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때로는 그런 사람의 평가를 받아야 하고, 심지어 그와 협업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무시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끝까지, 함께, 프로답게 일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는다. "왜 이렇게까지 참고 살아야 하지?", "이건 너무 비인간적인 것 같아.", "나만 너무 예민한 걸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개인이 이상해서 드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회생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냥 생활'에 익숙한 채로 갑작스럽게 사회라는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문제는, 사회생활은 관계나 감정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함께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곳. 자연스럽게 굴러갈 수 없는 곳이기에, 거기에 맞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훈련은 마치 근육과 같다. 싫은 사람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감정 조절 근육, 하기 싫은 일을 책임지고 해내는 근육,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넘어 협업을 이어가는 관계 근육이 필요하다. 이 근육이 부족하면,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고, 갈등 앞에서 무너지고, 결국 일에 대한 의욕도 자신감도 잃게 된다. 번아웃은 금방 찾아오고, 일터에서의 자기 존재감은 점점 약해진다. 반대로, 이 훈련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유연하게 관계를 맺으며 성과도 낸다. 감정을 눌러 참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물론, 훈련이 되지 않았음에도 사회에서 리더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빠른 성과, 좋은 배경, 운이 따라 승진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리더는 종종 주변에 상처와 혼란을 남긴다. 책임은 크지만 관계는 얕고, 실력은 있지만 감정과 갈등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조직은 지치고 팀은 무기력해진다. 사회는 단기 성과로만 운영되지 않는다. 감정, 책임, 관계라는 기본 근육이 받쳐주지 않으면,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곪아가게 된다.
그래서 이 훈련은 빠를수록 좋다. 사회생활의 본질을 일찍 인지하고 근육을 키우는 사람과, 나중에 아프게 부딪히고 깨지며 억지로 배우는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책임을 감당하며, 사람과 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일수록 덜 다치고 더 오래간다.
혹시 지금 사회생활이 낯설고 버겁게 느껴진다면, 당신이 부족한 게 아니다. 그저 아직 훈련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자책 대신 훈련을 시작하자. 감정, 책임, 관계의 근육을 차근차근 키워가다 보면, 당신은 '그냥 생활'에 머물던 사람이 아니라, 사회라는 복잡한 무대 위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단단히 성장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