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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보면 사람을 안다

말없이 자신을 설명하는 첫 습관, 인사

어제 한국대학생인재협회 44기가 시작되었다. 서류와 면접 전형을 통과한 50여 명의 대학생들이 새롭게 들어왔고, 첫날에는 기본적인 오리엔테이션과 에티켓 교육이 진행되었다. 한 실무진 리더가 “한대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먼저 인사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조직 안에서의 예의와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입구에서 마주친 학생들 중 다수가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화장실 앞에서 서로 마주쳐도 무표정하게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제의 교육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인사를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밝고 예의 바른 인사 한마디가 관계를 얼마나 부드럽게 만드는지를. 그리고 그 인사 한 번이 앞으로의 인상과 기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인사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안녕하세요”라고 미소 띤 얼굴로 건네는 그 짧은 순간에,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긴다. 상대방은 그 인사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처음 받아들이게 된다. 조직 안에서 나의 존재를 알리는 가장 첫 번째 행동이기도 하다.


특히 대학생활은 사회생활의 전초전이다. 협업, 책임, 의사소통을 배우는 훈련의 장이다. 그렇기에 '인사'라는 작고 일상적인 행동부터 정립되어야 한다. 가끔 “낯을 가려서요” 또는 “내성적이라서요”라며 인사를 피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낯을 가리는 것과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미소를 띠며 고개를 숙이는 인사에는 성격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 중요한 건 마음의 자세다.


인사의 질도 중요하다. 억지로 고개만 까딱하거나,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건네는 인사는 오히려 어색함을 만든다. 짧더라도 눈을 마주치고, 또렷한 목소리와 밝은 표정으로 건네는 인사가 진정성을 전한다. ‘했으니 됐지’가 아니라, 상대가 ‘받았다고 느끼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사례가 있다. 지난 기수에 한 여학생이 복도에서 나를 마주칠 때마다 씩씩하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단 몇 번의 인사였지만, 그 아이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실제로 그녀는 기수 후반에 부팀장으로 선발되었고, 팀 안에서 중심을 잘 잡는 리더로 자리 잡았다. 인사 하나가 사람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그 인상이 실제의 가능성과 연결되는 경험이었다.


반대로 처음에는 인사 습관이 어색했던 학생도 있다. 활동 초기에 그 친구는 고개만 살짝 숙이며, 목소리도 없이 지나치듯 인사했다. 눈 마주침도 잠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밝은 표정과 또렷한 목소리로 먼저 인사하며, 내가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기억하고 내 옆에 가까이 다가와 따로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단순한 인사 이상의 변화였다. 사회성과 감수성이 자란 그 모습이 참 반가웠다.


인사는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는 태도다. 조금만 마음을 쓰면 바뀔 수 있고, 그 작은 변화가 관계의 질을 바꾸고, 결국은 자신이 조직 안에서 만들어갈 가능성의 크기까지 바꿔 놓는다.


결국, 인사는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다. 나를 설명하는 첫 언어이자, 말없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힘이다. 밝고 예의 바른 인사는 단순히 ‘예쁨을 받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정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훈련이다.


당신은 오늘 누구를 어떻게 마주했는가? 그 작은 표정과 태도가 당신의 인상을 만들고, 당신의 가능성을 조금 더 환하게 밝혀줄 수 있다. 그러니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오늘만큼은 먼저, 밝게, 예의 바르게 인사해 보자. 그 작은 습관이, 내일의 당신을 더 좋은 자리로 이끌어 줄 것이다.


weichao-deng-X7Qy3g_foO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Weichao D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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