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리는 말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훈련법
결혼하고 참 많이 싸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툼의 원인은 말의 내용보다는 말투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욱했다. 20대에는 특히나 더, 거슬리는 말투에 자동으로 반응했다. 감정은 상하고,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대화는 끊겼다. 그리고 후회가 남았다.
결혼생활이 어느덧 18년째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욱' 하려는 마음이 올라올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병원 입원을 앞두고 수속을 밟고 있었는데, 남편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렸다.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고집불통"이라고 하기도 하고,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이 굳고, 말싸움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다. 나는 목발을 짚고 조용히 남편을 따라 걸으며 내 안의 감정을 살폈다. '왜 저 말이 그렇게 거슬렸을까?'
곱씹어 보니, 그 말 자체보다도 공공장소에서 존중받지 못한 느낌,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깎아내려진 자존심, 무엇보다 수술을 앞두고 몸이 불편하니 더 배려받고 싶었던 내 안의 이기적인 기대가 문제였다. 단순한 말투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이 건드려진 것이었다. 그걸 인식하니 감정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남편이 순간적으로 무례한 말을 했다고 해서 나의 존재 가치가 깎이는 건 전혀 없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특별히 대접받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해치는 거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의 말투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내 반응은 훈련할 수 있다.
내가 추천하는 훈련법은 세 가지다. 첫째, 즉각 반응하지 않기. 마음이 거슬릴 때일수록 '그 말에 왜 내가 반응하는지' 곱씹어 본다. 둘째, 상대가 아닌 '내 감정'에 집중하기. 상대의 말을 문제 삼기 전에 그 말이 내 안의 어떤 감정을 건드렸는지 알아차린다. 셋째, 스스로를 인정하고 다독이기. 상처받았을 때, 상대의 사과나 설명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자존감을 지키는 것.
감정을 통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습하면 조금씩 나아진다. 거슬리는 말투에 매번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는 훈련. 그것이 바로 성숙이다.
그리고 이 훈련은 부부 사이뿐 아니라, 부모 자녀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친구 사이에서도 똑같이 유효하다. 누구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지 않고, 내 감정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 나는 오늘도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