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없이 개선하고, 과하지 않게 제안하는 노하우
토론을 매우 잘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말할 때 논리가 또렷했고,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냈다. 그런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도 그 스타일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냥 사실만 말하는 거야." 그 친구는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동료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조직이나 리더의 결정에서 납득이 안 되거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주저 없이 콕 집어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잦았다. 조직 안에서 마찰이 자주 생겼고,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람들과 충돌이 생길 때면 그는 되려 억울해했다. "이 정도 말도 못 하면 민주적인 분위기 아닌 거 아냐?" 자신은 '피해자'이고, 오히려 조직 분위기가 문제라는 듯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했다. 그를 겪어본 사람들은 서서히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에서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평가되는 게 있다. 바로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인가'에 대한 직관적인 확신이다. 리더가 누구에게 일을 맡길지를 고민할 때, '이 사람이 옳은가?'보다 '이 사람에게 맡기면 내가 편한가?'를 먼저 따진다. 즉,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그 말로 인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결국 기회를 잃는다.
그래서 실력 있는 사람일수록, 행동은 주도적이되 겸손하게, 그리고 신뢰를 잃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그렇게 일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말보다 실행을 먼저 한다. "이 방식 별로예요"라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이렇게 해봤더니 더 나았어요"라고 결과로 보여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말로 비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안을 담은 실행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둘째, 내 역할 안에서 개선한다. 내가 맡은 일, 내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은 퀄리티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는 것이 진짜 개선이다. 리더는 그것을 절대 모른 척하지 않는다. 조직의 전체 판을 흔드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조심스러워야 한다. 최고 리더 직급이거나, 조직과 깊은 신뢰가 형성되어 의견을 물어오는 상황이라면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심지어 그럴지라도, 제안은 언제나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셋째, 중간 점검을 요청한다. "제가 생각해 본 건 이런 방향인데 어떠신가요?", "이 방향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은 단순한 업무 확인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기대를 고려하며 일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리더가 마음 편하게 나를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자기 멋대로 주도적인 사람보다, 함께 가려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는 법이다.
넷째, 피드백을 먼저 구한다."더 나아지려면 어떤 점을 바꾸면 될까요?" 이 질문은 내가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배움과 성장을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피드백을 기피하거나 피드백을 받았을 때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에겐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섯째, 말투와 시선을 다듬어야 한다. "사실만 말했을 뿐"이라는 말은 대부분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 팩트를 말하더라도, 그 말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내용이 아니라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조직은 '옳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정은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쌓여서 온다. 조직은 기여를 기억한다. 조용히 개선하고, 말보다 실행으로 보여주며, 팀의 문화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이 일은 저 친구에게 맡기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칭찬은 당장 못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움은 사지 않으면서, 조용히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되자. 그런 사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래 쓰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