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제안한다
조직 안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 있다.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하고, 팀 전체 피드백 시간에 자기가 맡은 파트는 문제가 없었다고 꼭 한마디 덧붙이기도 한다. 리더가 다른 팀원을 칭찬할 때 자기 이름이 빠지면 금세 표정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잘 끝나면 "그때 제가 밀어붙여서 된 거예요"라는 말을 슬쩍 흘리기도 한다. 공식적인 역할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럼 저는 빠질게요"라며 의욕이 확 꺾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은 대부분 "나도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다. 내가 뭘 했는지 알아줬으면 하고, 내가 이 팀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이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강하면,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면, 나도 모르게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할 이유'를 찾는다. 내 이름이 빠지면 서운하고, 누가 칭찬을 받으면 괜히 비교하게 되고, 회의에서 내 의견이 무시당한 것 같으면 기분이 상한다. 이렇게 되면 팀의 흐름이나 공동 목표보다 내 감정과 자존심이 더 중요해지면서, 자꾸 리더 또는 동료들에게 서운한 생각이 들고, 불평과 불만이 많아진다. 갈등이 잦아지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안타깝게도,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보통 지나치게 자기 자랑을 하거나, 자꾸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는 사람에게 본능적인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대로, 묵묵히 필요한 일을 해주는 사람,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책임감 있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신뢰를 느낀다. 그래서 결국, 인정을 가장 바라는 사람이, 오히려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어필을 하지 말고 무조건 조용히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한 일을 말하는 건 필요하다. 단지 맥락과 방법이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사 고과 평가를 위한 성과를 정리할 때는 자신의 기여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 상위 리더와 1:1 면담을 할 때도 겸손함을 지키되, 자신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일상적인 회의나 팀 활동 중에 너무 자주, 너무 민감하게 자신의 기여를 강조하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오히려 팀의 분위기를 해치고, 주변 사람들의 공감을 잃게 만든다.
결국 중요한 건 상황 판단이다. 지금은 내가 드러나야 할 자리인가? 아니면 팀을 위해 한 발 물러나야 할 순간인가? 이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진짜 성숙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정받지 못할까 봐 불안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럴 때마다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나는 왜 인정 못 받지?'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을 때 '내가 뭘 더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의식적으로 전환하자. 이 질문은 시선을 '나'에서 '팀'으로 바꿔준다. 팀에 내가 기여하고 있다면,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다.
둘째, 행동하자. 머릿속에서 감정을 돌리기보다, 손을 먼저 움직이자. 작은 정리, 빠른 피드백, 조용하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친절함 하나가 진짜 존재감을 만든다.
셋째, 내가 원하는 건 찰나의 칭찬이 아니라 오래가는 신뢰라는 것을 리마인드 하자. 칭찬은 듣고 나면 사라지지만, 신뢰는 쌓이면 다음 기회로 연결된다.
넷째,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 이 성경 말씀을 깊이 생각해 보자. 신앙의 유무를 떠나 "나 자신이 지금 대접을 받으려는 마음이지는 않는지" 진단해 보는 것이 내 마음의 방향을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받으려는 태도는 마음을 옹졸하게 만들고, 주려는 태도는 여유를 만든다. 주려는 마음으로 행동하면 결국 사람들은 그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이런 질문을 꾸준히 던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결국 진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 된다. 존재감은 말로 드러내려 할수록 사라지고, 행동으로 쌓을수록 뚜렷해진다.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해내고, 내 일이 아니더라도 팀에 필요하면 조용히 메워주는 사람, 칭찬을 받는 순간에 공을 독차지하지 않고 겸손하게 팀 전체의 성과로 돌릴 줄 아는 말과 태도를 갖는 사람. 그런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모두가 주목하게 된다. 결국 팀과 조직은, 조용히 움직이지만 확실하게 기여하는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