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 사람은 매일 기분이 다를까?

감정의 널뛰기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유

"어제는 웃으며 인사하더니, 오늘은 눈도 안 마주치네?"


일터나 모임에서 이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다. 어제는 밝게 말을 걸던 사람이, 오늘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제까지 유쾌하던 이가 이유 없이 차갑게 돌아서면, 사람들은 당황하고 거리를 둔다. 능력도 좋고 성격도 괜찮아 보이지만, 감정이 들쭉날쭉하면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다.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가령 아버지가 퇴근하시며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가, 금세 언성을 높여 잔소리를 퍼붓는 일이 반복된다면 자녀는 늘 "이번엔 언제 또 바뀔까?" 하는 불안 속에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가족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를 갉아먹는다.


신뢰는 '예측 가능한 태도' 없이는 생길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일정한 말투, 예의 바른 제스처, 존중이 묻어나는 표정, 갑작스러운 분노가 없는 사람 곁에서 마음이 놓인다. 반대로 누군가가 기분에 따라 태도가 널뛰면 어느 순간부터 "저 사람은 변덕스러워"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그가 아무리 유능해도 신뢰하기 힘들다.


한 번은 한대협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명문대 휴학생이 활동에 합류하자 유창한 어학 실력과 화려한 스펙으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가 팀장이 된 후, 부팀장들과 회의하는 도중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부팀장들이 처리한 업무의 완성도가 그가 생각했던 기준에 모자랐는지, 그는 노트북 키보드를 세게 치면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팀장들에게 날 선 목소리로 화를 내더니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날 이후 그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잠수를 탄 것. 사람들은 더 이상 그의 학벌이나 실력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컨트롤되지 않은 단 한 번의 감정 폭발이 모든 평판을 뒤집은 것이다.


감정이 불안정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상대는 늘 분위기를 살피게 된다. 말을 아끼고, 대화가 얕아지고, 진심도 숨기게 된다. 함께 있는 게 부담스럽다. 결국 서서히 멀어진다.


그렇다고 감정을 억누르라는 말은 아니다. 기분은 통제할 수 없지만, 행동은 선택할 수 있다. 피곤해도 인사는 할 수 있고, 답답해도 목소리를 낮추는 선택은 가능하다.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지금 이 감정은 뭐지? 왜 생긴 거지?" 이 짧은 질문 하나가 말과 행동에 브레이크를 건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다루는 힘을 기르기 위한 첫걸음이다.


물론 우리는 모두 실수한다. 때로는 순간적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럴 땐 미숙함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사과가 반복된다면, 진정성은 빠르게 사라진다. 예컨대 부모가 욱하는 마음에 자녀에게 막말을 하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라고 말하지만 행동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사과는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과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그 뒤로는 변화로 보여줘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진짜 사과의 완성이다.


감정 조절이 반복적으로 어렵다면 전문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편이 훨씬 빠르다. 감정을 혼자 참고 억누르는 것으로는 오래된 반응 패턴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누구나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감정 일기다. 감정 일기는 단순한 하소연 노트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객관화하고,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는 훈련이다. 예컨대 이렇게 써볼 수 있다. "회의 시간에 내 아이디어가 무시당했다고 느껴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내 아이디어 = 나'가 아닌데, 왜 나는 내가 무시당한 것처럼 생각했을까.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건 아닐까. 다음엔 아이디어를 말할 때, 좀 더 구체적으로 근거를 제시해 보자. 그리고 회의의 목적을 상기하자. 회의는 내 아이디어가 수용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팀의 승리가 목적이다. 인정받으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다음엔 '내 생각'보다 '팀의 방향'에 초점을 맞춰보자."


필자 역시 결혼 초기에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졌을 때, 감정 일기를 통해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만큼 감정 일기는 효과가 크다. 단, 감정 일기는 감정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말은, "함께 있기 불편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실력보다 안정된 감정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어제와 같은 얼굴로 오늘도 나를 대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놓인다.


신뢰는 화려한 말솜씨나 뛰어난 실력보다, 일관된 감정에서 시작된다. 그 꾸준함이 곧 평판이 되고, 결국 당신의 실력까지 자연스럽게 빛나게 만든다.



somruthai-keawjan-IU50vDwlhEc-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Somruthai Keaw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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