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라고 다 말해도 되는 건 아니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거야."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 말 뒤에는 꼭 상대방을 지적하는 말들이 뒤따른다. 말하는 사람은 마치 "나는 솔직했을 뿐"이라는 듯이 자신의 말을 '의견'으로 포장하지만 사실 그건 그냥 의견이 아니라 무례가 될 수도 있다. 말이라는 건 '자기 생각'이라고 해서 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면, 말을 멈춰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물론 "기분 나쁘게 듣지 마"라는 말이 항상 악의적인 건 아니다. 때로는 그 말이 관계를 지키기 위한 신중함에서 나올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피드백을 전할 때, 혹은 민감한 주제를 조심스럽게 꺼내야 할 때 이 표현은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주는 배려가 될 수 있다.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 발표에서 핵심 메시지가 잘 안 드러난 것 같아서." "요즘 좀 지쳐 보이는데, 혹시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그래." 이런 말들은 진심 어린 대화를 시도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고, 관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 조율된 말이라면, "기분 나쁘게 듣지 마"는 성숙한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는, 지적은 하고 싶지만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이 동반됐을 때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너는 진짜 좀 이기적인 것 같아." 이런 말은 본심은 비난인데, 말의 껍데기만 '의견'처럼 덧씌운 것이다. '자신은 솔직한 사람이다, 사람을 잘 알아본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등의 인상을 남기고 싶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뱉은 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박도 어렵고 해명할 틈도 없이 말은 일방적으로 툭 던져진다. 결국 그런 대화의 끝은, 관계에 미세한 균열을 남긴다. 그리고 그 균열은 서서히,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