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자극은 옆에서 온다

그들이 있어 나도 열심히 해보고 싶어진다

수영 강습을 받아본 분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단체 수업에서는 강사의 지침을 듣고 첫출발을 하는 사람이 무척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물속에 들어가 동작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은 일종의 가이드가 된다. 그가 동작을 정확히 이해하고 매끄럽게 실행하면, 그걸 본 다른 수강생들도 덜 헤맨다. 반대로 첫 사람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동작을 불분명하게 하면, 그 뒤의 사람들 역시 혼란에 빠지기 쉽다.

사실 이 원리는 수영장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앞에서, 혹은 가장 옆에서 행동하는 동료 한 사람의 모습은 팀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도 끌어내리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대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옆에 팀원분들이, 멘토님께서 가르쳐주신 내용을 바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받았습니다. 덩달아 저 역시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수영장 장면이 떠올랐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움직임 하나가 주변에 얼마나 큰 자극이 되는지를 새삼 실감했다.


내가 느슨해질 때, 옆에 있는 사람의 열심과 열정은 나를 일으킨다. 내가 불평할 때,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그의 모습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멘토의 강의보다, 바로 옆자리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멘토나 코치는 일대일보다는 주로 강의, 그룹 멘토링 같은 일대다의 자리에서 만난다. 그래서 그분들의 이야기가 내게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반면 동료는 같은 일정에 쫓기고, 같은 과제를 맡고, 같은 리더를 보고 있다. 나와 조건이 같기 때문에, 그 사람의 반응, 행동 또는 그가 내는 결과물로 곧 나의 현재 위치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동료는 팀의 평균 실력을 끌어올린다. 가령 동일한 주제의 기획안을 제출했을 때 동료의 결과물을 보고 배우고 자극받게 된다. 또한 태도가 뛰어난 동료는 팀의 문화를 끌어올린다. 갈등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성숙한 대처, 친절함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정돈해 준다.

즉, 직급이 낮다고 해서 영향력이 작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팀원, 막내, 신입처럼 작은 역할로 보이는 사람이 먼저 움직일 때 더 큰 울림과 자극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직 신입인데도 저렇게 하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걸 벌써 시작했어?" 그런 태도는 자연스럽게 팀에 긍정적 긴장감을 불러온다.


멀리 있는 롤모델보다 더 실감 나는 영향력은 옆자리의 누군가가 보여주는 '하루하루의 태도'에서 나온다. 뛰어난 동료는 나를 자극시키는 촉진제다. 그런 동료를 만났다는 건 행운이다.

우리는 동료의 뛰어남 앞에서 위축되기보다 자극을 선택해야 한다. 비교보다 배움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는 시도를 선택하자. "나는 쟤처럼은 못하겠는데.", "쟤는 나랑 다른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선을 그으며 핑계 대지 말자. "나는 1단계로 무엇부터 해볼까?", "천천히 조금씩 시도하다 보면 되겠지. 뭐든지 꾸준히 하면 되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전환하자. 1cm라도 나아가는 사람은 늘 한 걸음 더 성장한다.


나를 성장시키는 자극은 종종 우리가 가장 영향력 없다고 생각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동료가, 어쩌면 당신을 가장 강력하게 성장시키고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그리고 당신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


사진: Unsplash의 Kevin Pa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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