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해도 다 알잖아?" "아니요, 몰라요"
어떤 말을 전해 듣고,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상대방을 오해하고 조용히 연락을 끊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상대방에게 실망하거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때, 말 한마디 없이 그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속으로는 끓고 있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서서히, 혹은 단호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거리를 둔다. 겉으론 평온한 '관계 정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에 대한 회피일 수도 있다.
이런 관계 단절은 대부분 '말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다. 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정말 나를 무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직접 묻지 않는다. 대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걘 나한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 "굳이 말 안 해도 알겠더라." "내가 먼저 얘기해 봤자 더 피곤해질 것 같아서." 이런 말들은, 상처를 표현하기보다는 조용히 인연을 끊어내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상처를 회복해 보려는 시도 없이,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거리를 두는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키운 채 끝을 내버리는 것이다.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면 누구나 실망할 수 있고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감정을 꺼내지 않고 삭힐 때다. "말 안 해도 걔도 느꼈을 거야", "그냥 내가 조용히 빠지면 알아서 정리되겠지." 이런 식의 말들은, 결국 상대에게 내 감정을 알릴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렇게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쌓이게 되고, 언젠가는 일방적인 단절로 이어진다. 말하지 않으면, 그 감정은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내 안의 쌓인 응어리'가 되어 관계를 조용히 썩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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